
강렬한 매운맛과 짠맛으로 대변되던 태국 음식이 최근 우려스러운 수준의 단맛으로 변하고 있다. 16일 현지 보도와 미식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태국인들의 1인당 하루 평균 설탕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6티스푼)의 3배가 넘는 21티스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태국에서 흔히 마시는 아이스커피 650ml 한 잔에는 평균 9티스푼의 설탕이, 300ml 용량의 버블티에는 무려 12티스푼의 설탕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단맛 선호 현상은 국민 건강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15세 이상 태국인의 약 45%가 비만이며, 전체 인구의 10%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태국 음식이 이토록 달아진 데에는 역사적·경제적 배경이 깔려 있다. 본래 태국 요리의 주된 맛은 짠맛과 매운맛이었으나, 1960~70년대 정부의 설탕 산업 육성 정책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설탕 공장이 급증하며 공급 과잉 상태가 되자, 정부는 설탕 소비를 장려하고 식품 업계에 저렴한 가격으로 설탕을 공급했다. 60년 넘게 이어진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태국인들의 입맛은 무의식중에 ‘단맛 중독’ 상태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외식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의 뇌를 즉각적으로 자극해 다시 찾게 만드는 가장 쉽고 저렴한 방법으로 설탕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탕은 맛뿐만 아니라 음식의 질감을 개선하고 보존 기간을 늘리는 데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에 업체들에게는 경제적인 선택이 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태국 정부와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2월부터 태국의 9개 대형 커피 체인점은 커피와 차 등 일부 음료의 기본 설탕 함량을 50%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공중보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태국 요리가 본연의 매력인 신맛, 매운맛, 짠맛, 단맛의 완벽한 조화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도한 설탕 사용은 식재료 고유의 풍미를 가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의료 비용 부담을 키우는 ‘달콤한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