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사회에서 오랫동안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불려온 음력 설 명절의 명칭을 두고, 아시아 각국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용어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16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서구 매체들은 수십 년간 음력 설을 중국만의 명절로 치부해 왔으나, 최근 베트남과 한국 등 아시아 공동체는 이러한 명칭이 각 나라의 고유한 전통과 가치를 지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중국 설’이라는 명칭은 180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인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새해 전통을 전파하면서 서구인들의 머릿속에 고착되었다. 하지만 이는 베트남의 ‘뗏(Tet)’이나 한국의 ‘설날(Seollal)’이 가진 독자적인 영혼과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베트남의 경우, 설날을 ‘뗏 응우옌 단(Tet Nguyen Dan)’ 혹은 줄여서 ‘뗏’이라 부르며 중국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십이지신 중 토끼 대신 고양이를, 소 대신 물소를 사용하는 점이 다르며, 반쯩(Banh chung)이나 반지오(Banh gio) 같은 전통 음식을 나누고 매화와 벚꽃으로 집을 장식하는 등 베트남만의 정서가 담겨 있다.
한국의 설날 역시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중국의 축제 분위기와는 달리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붉은색 대신 단아한 한복을 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떡국을 먹으며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를 새긴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아시아의 설 명절이 단순히 중국 문화의 변형이 아님을 증명한다.
천문학적 관점에서도 ‘중국 설’이라는 표현은 부정확하다. 몽골, 이슬람, 유대 문화권 역시 각기 다른 체계의 음력을 사용하며 자신들만의 새해를 기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엔(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글로벌 브랜드들은 최근 특정 국가의 이름을 배제한 ‘음력 설(Lunar New Year)’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에서 명칭을 정확히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를 넘어 타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한다. 중국의 관습을 언급할 때는 ‘중국 설’이라 부를 수 있지만, 베트남이나 한국의 명절을 이야기할 때는 ‘음력 설’ 또는 현지 명칭인 ‘뗏’과 ‘설날’을 사용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문화적 감수성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