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반한 ‘4군 빈칸거리’ 사라진 단골집의 추억과 타임아웃이 꼽은 ‘가장 멋진 거리’의 현주소
오토바이의 매연과 해산물 굽는 냄새, 그리고 국적 불문의 웃음소리가 뒤섞이던 사이공의 밤. 누군가에게는 그저 시끄러운 유흥가였을 4군 빈칸거리가 최근 영국의 타임아웃(Time Out)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 익숙한 풍경이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변모하는 사이, 우리가 사랑했던 작은 공간들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다시 찾은 빈칸거리에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버린 것들의 기록을 담아본다.
빈칸음식거리라는 정식 명칭보다 ‘4군 해산물거리’로 더 친숙한 이곳. 몇 년 전만 해도 밤이면 플라스틱 의자에 몸을 구기고 앉아 맥주잔을 부딪치던 아지트였다. 한국인, 서양인, 현지인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자아내던 특유의 소란스러움은 빈칸거리만의 문법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이 거리 끄트머리, 필자의 아지트였던 작은 일식집 ‘스시코’의 자리를 확인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혼자 찾기에 부담 없던, 가성비라는 이름으로 소음마저 용서되던 그곳은 이제 다른 간판에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졌다. 2년 전 폐업했다는 소식에 기억 속 추억 한 조각이 툭 하고 떨어져 나가는 허전함을 느낀다. 작은 가게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거리는 묘하게 낯설어졌다.
그럼에도 빈칸거리는 여전히 특별하다. 작년 말, 타임아웃이 이 거리를 세계적인 명소로 꼽았을 때 사실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어수선함 속에 녹아있는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은 전 세계 여행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걸어본 거리의 공기는 예전과 사뭇 달랐다.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지만, 예전의 소란스러운 축제장 같은 분위기 대신 한결 차분한 저녁 골목의 정취가 느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간판이었다. 영어와 베트남어 사이로 중국어 안내문이 부쩍 늘었다.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의 물결이 이 좁은 골목의 생태계를 가장 먼저 바꾸고 있었다. 간판은 거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