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승장구하던 은 가격이 하루 만에 26% 넘게 수직 낙하하며 시장에 유례없는 충격을 안겼다. ‘매파’로 분류되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 소식에 달러가 치솟자, 차익 실현을 노린 매물이 쏟아지며 은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1일(현지시간) 베트남 경제 매체 카페에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SLV)는 지난 30일부로 은 매각 행진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 7일 동안 무려 500톤(약 25억 달러 규모)의 은을 시장에 내던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현재 이 펀드가 보유한 은은 약 1만 5,500톤으로, 그 가치는 51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 시장의 기록적인 폭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낙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인사의 등판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안전 자산인 은의 매력은 급감했다. 온스당 120달러를 넘보던 은 가격은 단숨에 85.4달러까지 주저앉았으며, 장중 한때 77.76달러를 찍는 등 13년 만에 최악의 단일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선 ‘강제 청산’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은 가격 급등에 편승해 레버리지를 활용한 단기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에 따른 증거금 부족(마진콜) 상황에 직면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물량을 투매하면서 하락 폭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문을 나서려다 보니 시장이 마비될 정도의 혼란이 빚어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케빈 워시 지명자가 연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달러 가치를 방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귀금속 시장에는 독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투매를 멈춘 SLV의 행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은 가격이 바닥을 확인한 것인지, 아니면 더 큰 폭풍 전의 고요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향후 금리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은 시장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