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의 한 청년이 부모와의 다툼 후 화풀이로 시작한 땅 파기가 10년에 걸친 대규모 지하 땅굴 건설로 이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고 20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알리칸테(Alicante)주 라로마나(La Romana) 마을에 사는 안드레스 칸토(Andres Canto·24)는 2015년 14세 때 부모가 운동복 차림으로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자 화가 나 집 뒷마당에서 할아버지의 곡괭이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푸는 행동일 뿐 특별한 목적이 없었다. 그러나 땅 파기는 점차 방과 후 긴장을 푸는 습관이 됐다.
안드레스는 일주일에 며칠씩 지하 공간을 확장했다. 초기에는 양동이로 흙을 퍼냈다. 더 깊이 팔수록 기술을 익혀가며 흙과 돌을 운반하는 도르래 시스템을 자체 설계하고 붕괴를 막기 위해 기둥과 아치로 천장과 벽을 보강했다.
절친 안드레우(Andreu)가 공기압 드릴을 가져오면서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한때 두 사람은 주당 14시간을 작업에 할애했다. 작은 구덩이에서 시작한 공사는 깊이 3m, 일부 구간은 5m에 달하는 땅굴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안드레스는 “땅굴 파기는 동기를 유지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하 공간이 습하고 공기 순환이 좋지 않으며 곤충이 자주 출몰했지만 그는 꾸준히 완성해 나갔다.
10년 후 안드레스의 ‘비밀 기지’는 거실과 침실을 갖추게 됐다. 땅굴에는 난방 시스템, 오디오 장비, 심지어 땅굴 입구에 놓인 휴대전화에서 신호를 받아오는 와이파이까지 설치됐다. 총 공사 비용은 약 55달러(130만동)로 주로 건축 자재 구입에 사용됐다.
지방정부는 2021년 공사를 점검했다. 이 공간이 건축 규정상 지하층이나 창고로 분류되지 않아 안드레스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가족도 이 독특한 프로젝트를 지지했다.
현재 안드레스는 무르시아(Murcia)의 ESAD 고등연극예술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살지만 주말마다 라로마나로 돌아와 일생일대의 작품을 계속 개조하고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