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퍼드대학교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AI 스타트업을 창업한 20대 중국계 여성 2명이 미국 테크 업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둘 다 중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포브스(Forbes) ’30세 미만 30인(30 Under 30)’ AI 부문에 선정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리나 홍, 24세에 ‘AI 수학자’ 스타트업 창업… 시드 투자 6,400만 달러
카리나 홍(Carina Hong·24)은 올해 3월 ‘액시엄 매스(Axiom Math)’를 창업했다. 이 스타트업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고, 풀이 과정에 대한 상세한 증명을 제시하며, 자체적으로 논리를 검증할 수 있는 ‘AI 수학자’ 개발을 목표로 한다.
창업 6개월 만인 9월, 액시엄 매스는 시드 투자로 6,400만 달러(약 935억 원)를 유치했다. 메타(Meta),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출신 인재와 세계적인 수학자 켄 오노(Ken Ono)를 영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홍은 스탠퍼드에서 법학과 수학 박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는 과정에 있었으나, 지난여름 시드 투자 유치 직후 학업을 중단했다. 그녀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수학 연구와 로스쿨 1년 차 모두 매우 재미있었다”고 회고했다.
홍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수학은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구축하기 위한 완벽한 샌드박스(실험장)”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달 초 포브스 ‘2026년 30세 미만 30인’ AI 부문에 선정됐다.
데미 궈, AI 영상 스타트업 ‘피카’ 창업… 기업가치 4억7천만 달러
데미 궈(Demi Guo·27)는 2023년 AI 단편 영상 스타트업 ‘피카(Pika)’를 공동 창업했다. 피카는 10월 기준 크리에이티브 앱 전체에서 1,64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약 1억3,500만 달러(약 1,970억 원)를 투자받았으며, 기업가치는 4억7,000만 달러(약 6,870억 원)에 달한다.
궈는 스탠퍼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동료인 청린 멍(Chenlin Meng)과 함께 피카를 창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퍼드에서 AI를 콘텐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던 그녀는 단편 영화 제작 과정에서 겪은 불편함에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궈는 피카의 비전에 대해 “최고의 영상 모델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AI가 영화·엔터테인먼트 등 창작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궈는 “피카는 인간 아티스트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 아티스트가 AI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결국 걸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저우 출신 vs 항저우 출신”… 공통점은 어린 시절부터 빛난 재능
두 사람은 모두 중국에서 태어났다. 홍은 광저우(廣州) 출신이고, 궈는 항저우(杭州) 출신이다. 둘 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홍은 광저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일찍이 수학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고급 수학 교과서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영어를 배웠다. 중국 매체 36Kr에 따르면, 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광둥성 수학올림피아드 대표팀에 선발된 단 4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이었고, 화뤄겅배(華羅庚杯), 전국고등학교수학리그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홍은 MIT에서 수학·물리학 학사학위를 받으며 9편의 연구 논문을 작성하고 20개 이상의 고급 수학 과목을 이수했다. 이후 로즈 장학생(Rhodes Scholar)으로 옥스퍼드대학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하며 2편의 논문을 완성했다. 2022년 셰이퍼상(Schafer Prize), 2023년 모건상(Morgan Prize)을 수상해 수학 분야 최고의 여성 학부생으로 인정받았다.
궈 역시 화려한 학력을 자랑한다. 2015년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에서 은메달을 땄고, 하버드대학 재학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다. 하버드에서 수학 학사,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보다 중요한 건 개인의 성장”… 서로 다른 가정환경
두 사람의 가정환경은 크게 다르다. 궈는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했으며 명문가 출신이다. 어머니는 MIT 졸업생이고, 아버지 궈화창(郭華強)은 항저우 소재 IT 서비스 기업 쑨야드 테크놀로지(Sunyard Technology)의 전 회장이다.
반면 홍의 부모는 광둥성 차오산(潮汕) 지역 농촌 출신이다. 홍은 MIT 신입생 프로그램에 제출한 글에서 “대가족 중 대학 교육을 받은(받게 될) 사람은 나와 사촌 단 두 명뿐”이라고 썼다.
궈는 자신의 교육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하버드든 MIT든 스탠퍼드든,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개인의 성장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그녀는 “어렸을 때 글쓰기를 잘해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수학은 잘 못했다. 글을 잘 쓰는 건 멋있어 보이지 않았고, 프로그래밍과 수학이 남성 중심 분야였기에 수학을 잘하는 게 더 도전적으로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두 창업자 비교
▲카리나 홍(Carina Hong): 24세, 광저우 출신, MIT 수학·물리학 학사→옥스퍼드 로즈 장학생(신경과학)→스탠퍼드 법학·수학 박사과정 중퇴, 2024년 3월 ‘액시엄 매스’ 창업, 시드 투자 6,400만 달러 유치, 포브스 2026 ’30세 미만 30인’ AI 부문 선정 ▲데미 궈(Demi Guo): 27세, 항저우 출신(실리콘밸리 성장), 하버드 수학 학사·컴퓨터공학 석사→스탠퍼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중퇴, 2023년 ‘피카’ 공동 창업, 총 투자금 1억3,500만 달러·기업가치 4억7,000만 달러, 사용자 1,640만 명, 포브스 2025 ’30세 미만 30인’ AI 부문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