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의 크리스마스 영화나 사진 속에서 연인이나 부부가 초록 잎과 하얀 열매가 달린 가지 아래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의 주인공이 바로 겨우살이(mistletoe)이고, 이 풍습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오랜 전통과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시작된 ‘사랑과 평화의 나무’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붙어 자라는 반기생 식물로, 잎이 사철 푸르고 작은 흰 열매를 맺습니다. 고대부터 신성한 상징으로 여겨졌고, 가장 잘 알려진 기원은 북유럽 신화입니다.

신화에 따르면 사랑과 가정의 여신 프리그(Frigga)의 아들 발데르(Balder)는 모든 존재에게 사랑받는 햇빛의 신이었지만, 장난과 혼돈의 신 로키(Loki)가 겨우살이로 만든 화살(혹은 창)로 그를 죽게 만듭니다.
슬픔에 잠긴 프리그가 흘린 눈물이 겨우살이 열매를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바꾸고, 그 힘으로 발데르는 다시 살아납니다. 기쁨에 찬 프리그는 겨우살이에게 축복을 내리며, “이 나무 아래를 지나는 사람은 누구든 서로 키스로 사랑과 평화를 빌어주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래서 겨우살이는 사랑, 화해, 행운의 상징이 되었고, 훗날 크리스마스 풍습과 연결됩니다.
켈트·로마 문화에서도 ‘생명·화해’의 상징
북유럽만이 아니라, 고대 켈트족(드루이드)도 겨우살이를 겨울에도 푸른 생명의 나무로 여겨 신성시했습니다. 질병을 치료하거나 사람들 사이 분쟁을 풀어낼 때 겨우살이를 사용하는 의식이 있었고, 서로 원수였던 사람들이 겨우살이 아래에서 만나면 싸움을 멈춰야 한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로마와 그리스에서는 겨우살이를 사랑과 번식력, 다산과 연결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지역에서 형성된 신화와 민간신앙이 뒤섞이며, 나중에 기독교 문화권의 크리스마스 풍습 속으로 스며든 것입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자리 잡은 ‘겨우살이 키스’ 풍습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라는 구체적인 풍습은 18세기 영국에서 처음 기록으로 남습니다. 처음에는 노동자·서민 계층 사이에서 시작됐고, 나중에는 빅토리아 시대 상류층까지 널리 퍼졌습니다.
당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면 겨우살이 가지를 집 안의 문틀 위나 거실 중앙에 매달아 두고, 그 아래에 선 남녀는 키스를 해도 된다는 일종의 ‘허용된 이벤트’처럼 여겨졌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겨우살이 가지에 달린 열매 하나가 키스 한 번을 뜻해, 키스할 때마다 남자가 열매를 하나씩 따내고, 열매가 다 떨어지면 더 이상 키스를 청할 수 없다는 규칙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여자가 그 제안을 거절하면, 그 해 연애운이 좋지 않다는 미신도 있었죠.
이 풍습은 당시 엄격한 남녀 관계 규범 속에서, 공식적으로 농담 섞인 스킨십을 허락해주는 일종의 ‘사회적 장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에는 ‘자유롭고 상징적인 이벤트’로
오늘날에는 과거처럼 의무적이거나 강요되는 풍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서로 합의된 상황에서
연인이나 부부가
사랑과 행운을 빌며 나누는 상징적인 키스
정도로 의미가 재해석되고 있습니다.‘안 하면 불행하다’는 미신도 점점 약해졌고, 대신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이벤트” 정도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입니다.
도시 축제와 관광 콘텐츠가 된 겨우살이
최근 수십 년 사이, 겨우살이와 이 키스 풍습은 도시 축제와 관광 상품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국 텐버리 웰스(Tenbury Wells)는 스스로를 ‘영국 겨우살이의 수도’라 부르며, 매년 12월 초에 겨우살이 축제를 엽니다. 퍼레이드, ‘미슬토 퀸(Mistletoe Queen)’ 선발, 크리스마스 마켓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며, 지역의 겨우살이 문화를 알리는 관광 자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도심에는 ‘National Mistletoe’라는 거대한 겨우살이 설치 작품이 걸립니다. 한 해에는 무려 1,435쌍의 커플이 이 아래에서 동시에 5초 이상 키스해,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세웠던 480쌍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하는 장면은 더 이상 가정집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도심 광장·쇼핑몰·크리스마스 마켓 등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화·SNS 속 ‘연말 로맨스’의 아이콘
겨우살이 키스는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할리우드 크리스마스 영화들, 예를 들어 「러브 액츄얼리」,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같은 작품 속에서 겨우살이 아래 키스 장면은 재회, 고백, 화해의 순간과 함께 그려지며, 관객들에게 “크리스마스=로맨스”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해 왔습니다.
또한 매년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마켓,
도심 광장,
쇼핑몰에 설치된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하는 영상과 사진들이
SNS에 꾸준히 올라와 퍼집니다.
관광객들에게는 “그 도시에서의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는 하나의 경험”이 되는 셈입니다. 단순히 사랑을 상징하는 동작을 넘어, “이 도시의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겼다”는 인증샷처럼 기능한다는 분석입니다
마이 푸옹(Mai Phương) (출처:스미스소니언 매거진(Smithsonian Mag), USA 투데이(USA To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