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시의 대기질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200만 대에 달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 노후화된 폐기물 처리 시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세먼지와 소음공해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농업환경부가 발표한 ‘2025년 환경질·수자원 모니터링 및 배출원 관리 프로그램’ 보고서에 따르면, 호찌민시의 대기질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오염과 소음공해가 두드러진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총부유분진(TSP)과 PM10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교통량이 많은 지역과 산업단지·항만·채굴 현장 인근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호찌민시 36곳, 빈즈엉성 29곳, 바리아붕따우성 53곳 등 총 118개 모니터링 지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지난해 일부 교통 밀집 지역과 산업단지에서 허용 기준치를 1.1~4.6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까지 기준치 이내였던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소음공해 역시 일부 지역에서 허용 수준을 넘어섰다.
다만 보고서는 호찌민시의 일일 대기질지수(AQI)가 연간 56~87%의 기간 동안 ‘양호’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나쁨’ 등급은 1~4%에 그쳤고, ‘건강에 해로운’ 수준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매우 해로움’이나 ‘위험’ 수준에 도달한 날은 없었다.
“배출원 정확히 파악해야 개선 가능”
팜빈안(Phạm Bình An) 호찌민시 개발연구원 부원장은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배출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염 핫스팟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정책·인프라 투자·기술적 해법·시민 행동 변화를 조율해야만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팜 부원장은 호찌민시의 3대 배출원으로 교통, 건설·산업 활동, 폐기물을 지목했다.
호찌민시에는 현재 1,200만 대 이상의 개인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등록돼 있다. 올해 빈즈엉성·바리아붕따우성과 통합된 이후의 수치는 제외된 것이다. 화석연료 차량은 미세먼지, 벤젠 등 유해가스를 배출하고 소음을 유발한다. 높은 차량 밀도를 고려하면 교통이 대기오염의 최대 단일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호찌민시 전역에서 각종 인프라·주택·도시개발·산업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건설 및 제조 활동은 대량의 분진과 배기가스를 발생시킨다. 폐기물 문제도 심각한데, 호찌민시는 하루 1만4천 톤의 쓰레기를 배출하며 대부분 매립지에서 처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탄과 황화수소가 방출되어 2차 오염과 악취 문제를 야기한다.
“일시적 상승, 비상사태로 볼 수 없어”
팜비엣투언(Phạm Việt Thuận) 호찌민시 환경자원경제연구원장은 “미세먼지 오염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지적 현상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높은 미세먼지 수치가 순환도로 3호선(Ring Road 3)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팜 원장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인근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고 있으며, 특히 무더운 날씨에 더욱 심해진다”며 “많은 모니터링 스테이션이 공사 현장 가까이 위치해 있어, 돌풍 등 사소한 기상 현상에도 높은 수치가 기록되고 경보가 발령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PM, SO₂, CO₂ 등 지표가 연간 90일 이상 지속적으로 허용치를 초과할 때 비로소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기상 조건과 국지적 요인에 따른 단기 상승은 비상사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교통·폐기물 자원화… 다각적 대책 시급
팜빈안 부원장은 “상황이 지나치게 비관적이지는 않다”면서도 “현재의 징후는 호찌민시가 시민의 삶의 질을 보호하기 위해 조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경고”라고 밝혔다.
그는 대안으로 녹색 교통 발전, 저조한 대중교통 분담률 제고,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2030년 로드맵에 따르면 관용차와 차량호출 서비스가 먼저 전환을 주도해 확산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다만 그는 “충전소, 배터리 교환 시설 등 인프라가 병행 구축되고 행정적 조치에만 의존하지 않는 재정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 분야에 대해서는 “규정은 이미 마련돼 있지만 문제는 집행과 처벌에 있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환경 위반을 엄중 처벌하는 한편, 친환경 산업단지·녹색건물·저배출 자재 사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는 순환경제 관점에서 쓰레기를 자원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리수거, 폐기물 에너지화 소각 시설 확대, 매립 점진적 축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현대적 기술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명확한 재정 메커니즘 마련도 촉구했다.
팜빈안 부원장은 또한 대기질 모니터링 지점 약 160개소를 추가 설치하고, 스마트 센서와 위성 데이터를 통합해 지역·시간·계절별 오염 지도를 구축하자는 제안도 지지했다. 그는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면 위치별 대기질을 알려주는 모바일 앱 구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오염이 도심 내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광역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인근 산업단지가 계속 확장되는 상황에서 성간(省間) 협력과 시민 행동 변화—출퇴근 방식, 소비 습관, 분리수거—가 배출 감소와 삶의 질 확보에 핵심적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