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1백만弗 이상 부유층 이주 가속화…정부, 이중국적 완화·토지법 개정으로 인재 유치 나서
베트남에서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가 급증하고 있다. 반부패 캠페인으로 인한 고위 인사 체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는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10월 6일 비즈니스타임스(The Business Times)지 보도에 따르면 국제 투자이민 자문업체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와 글로벌 자산 정보업체 뉴월드웰스(New World Wealth)는 베트nam에서 2024년 약 300명의 고액순자산보유자(HNWI)가 순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22년 100명, 2023년 150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HNWI는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의 유동 투자 자산을 보유한 사람을 뜻한다.
대표적 사례로 베트남 부동산 재벌 응우옌푸엉항(Nguyen Phuong Hang·54)이 최근 키프로스(Cyprus)로 이주했다. 그는 30개월간 구금된 후 “베트남에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 마지막 한계였다”며 “평화를 찾기 위해 떠난다”고 밝혔다.
항은 남편 후인우이중(Huynh Uy Dung)과 함께 산업단지와 주거 프로젝트, 베트nam 최대 관광 단지 중 하나를 개발·운영하는 다이남(Dai Nam)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유명인사와 기업인을 폭로하는 라이브 스트림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2021년 중반 한 세션당 4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항은 2022년 근거 없는 주장과 타인에 대한 개인 공격 혐의로 구금되기 전에 이미 크리스티나 응우옌(Christina Nguyen)이라는 이름으로 키프로스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최대 은행 사기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수감된 재벌 쯔엉미란(Truong My Lan)도 2014년 가족 9명과 함께 베트남 시민권 포기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듬해 신청을 철회했다고 한다. 그는 홍콩 유명 부동산 재벌 에릭 주(Eric Chu)와 결혼했다.
두 투자이민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비즈니스타임스에 “최근 몇 년간 HNWI에 대한 고위급 체포가 베트남 억만장자들을 떠나게 만들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런 (이민) 프로그램 신청이 급증했는데, 이는 반부패 캠페인의 강화된 감시와 관련이 있다”며 “사람들이 미래와 자산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고 백업 계획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뉴월드웰스의 앤드루 아모일스(Andrew Amoils) 연구 책임자는 이들 중 다수가 국제학교, 성장하는 금융서비스 부문, 고급 부동산 공급에 이끌려 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이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같은 전통적 목적지로 이주한다.
헨리 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는 키프로스를 전 세계 13위로 평가한 반면 베트남은 88위다. 싱가포르가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 소재 이민 자문업체 할리 글로벌(Hali Global)의 롱 판(Long Phan) 창업자 겸 대표는 “현재 추세는 이중 국적과 여러 대륙의 영주권을 향하고 있다”며 “한 대륙에 혼란이 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안정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베트남의 부 창출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3년과 2023년 사이 억만장자 수가 1만9,400명으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헨리앤파트너스 보고서는 이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이라고 밝혔다.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의 2025년 자산 보고서는 베트남에 1,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개인이 5,459명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베트남 정부는 특정 해외 거주 베트남인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가 아닌 주로 전문성 때문이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베트남 디아스포라(해외 교포)는 500만~60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10~12%가 전문가와 지식인으로 분류된다.
2025년 발효된 2024년 개정 토지법은 해외 베트남인에게 국내 시민과 동등한 완전한 부동산 소유권을 부여해 거래를 단순화하고 현지 부동산 투자를 장려한다.
2025년 7월 베트남은 특정 전문가에 대한 이중 국적 규칙을 완화해 외국 여권을 포기하지 않고도 시민권을 취득하거나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또한 해외 거주 베트남인과 외국 전문가를 국가 기관에서 일하도록 유치하기 위해 시장 수준의 급여와 기타 혜택을 허용한다. 학자, 전문가, 과학자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기업의 투자자와 임원에 대한 비자 면제도 도입되고 있다.
2017년 귀국한 해외 베트남인 쿠옹 당(Cuong Dang)은 지난 7월 27일 링크드인 뉴스레터에 “베트남은 단순히 귀국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머물고 건설하는 귀국자가 필요하다”고 썼다.
지난해 12월 당은 베트남 2세대 승계자와 고위 해외 전문가를 위한 플랫폼 베트남 뱅가드(Vietnam Vanguard)를 설립했다.
그는 “베트남이 지역 강국으로 변모하는 데 진지하다면 리더십 계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것은 단순히 인재가 아니라 적절한 인재를 다시 데려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타임스 2025.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