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 COLUMN

당신들이 쌓은 터 위에

씬짜오베트남에 기고한 칼럼 중 ‘열정은 감동을 부른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소개한 사람이 있다. 알리 엘 샤예드, 수단 알아자리 대학교 총장이다. 그와의 다른 일화를 먼저 소개하자. 수단에서 코이카 원조를 위한 조사업무를 마치고 만찬자리에서의 일이다. 그는 열흘 간의 우리의 수고를 치하하며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그는 내게 대뜸 A그룹은 어떠냐며 회장과 그 기업의 근황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이유를 물어보았다. 답 하기를 자기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그 회사를 통해 알았다는 것이다. 그룹 총수의 몰락과 더불어 당시 국내에 부정적인 재벌의 이미지가 컷던 A그룹이었지만 알리 총장에게는 수단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 기업의 상징, 나아가 한국이라는 국가의 대표 이미지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사실 조사 기간 동안 느낀 일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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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낸다-해를 맞는다

해를 보낸다는 말은 참 신기한 말이다. 어떻게 마치 사람을 떠나 보내 듯이 세월을 보낼 수가 있을까. 세월이란 것이 만져지는 것도 아니고 앞에 두고 감정을 나누는 상대도 아닌데. 해를 맞는다는 표현은 그래서 더 신기하다. 새로운 해를 내가 초청한 적도 없거니와 그 시간들이 손님처럼 찾아와 나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아닌데. 아니, 그렇게 찾아온다 하여도 손을 들어 기쁨에 찬 환영으로 맞이하며 끌어안을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우리는 매년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해를 보내고 해를 맞는 일로 바빠진다. 어쨌거나 마지막 장을 넘기는 다이어리와 더불어 해는 가고 새로 받은 탁상 캘린더의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잉크 냄새 사이로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런 해를 보내고 맞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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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通)하였느냐?

한 레스토랑에서 모임이 있어 자리를 잡았다. 담소를 나누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있었다. 우리 건너편 자리였다. 그들은 한 가족이었다. 부부와 대여섯살 정도 되어 보이는 딸이 있었다. 자리가 뷔페이다보니 음식을 챙기느라 어린 딸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화목해 보였다. 손님들과 식사를 하고 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될 무렵 그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 가족도 양이 찼는지 엄마 아빠는 자리에 남겨둔 채 어린 딸만 과자와 아이스크림 코너를 왕래하며 즐기고 있었다. 아빠가 엄마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엄마는 웃으며 남편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모습이 어딘지 어색했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 대하고 얘기하고 있었지만 마주 보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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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사는 사람들

요즘 한국 정치에 관한 어떤 통계라도 보면 찬성이든 반대이든 주도하는 쪽이 없다. 통계하는 사람들이 꼭 인용하는 표준편차 감안하면 반반이라는 얘기이다. 언제부터 인지 우리 사회는 이렇게 절반으로 나뉘었다. 그러다 보니 중간 자리가 없어져 가는 느낌이다. 그냥 좌측과 우측이 맞닿아 있어서 좌 아니면 우이고 우 아니면 좌이다. 그래도 전에는 좌 건너 약간의 점이지대가 있었고, 우 건너 흐리흐릿한 회색지대도 있었는데 지금은 죄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러니 나 같이 여기도 저기도 아니어서 색깔이 불분명한 정치적 경계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불안하고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서 말이라도 뻥끗 잘못하면 그런 줄 몰랐는데 하거나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몰려 가니 말이다. 이런 시절에는 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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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클래식

아침에 자리에 앉으면 부산했던 출근시간의 부대낌을 기억 뒤로 던지고 아침 탁자에 향 좋은 커피 한잔을 두고 싶었다. 클래식 음악을 나지막이 틀어 놓고, 할 수만 있다면 오랫동안 보관해온 LP판을 꺼내 음악을 들으며, 디지털 음향이 줄 수 없는 소리의 미세한 긁힘을 느끼고 싶었다. 느린 선율을 따라 천천히 블라인드를 걷고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의 시작과 도시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사는 일과 세월이 흐르는 일의 이치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내 앉은 키보다 한 뼘 더 높은 의자에 깊이 몸을 파묻고 앉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가죽의 냄새와 내 체온이 섞이는 아지랑이를 빗소리 속에 그려보고 싶었다. 그런데 꿈이다. 출근과 동시에 쌓이는 결재서류들.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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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polis Ho Chi Minh city-메트로폴리스 호찌민시티

가끔씩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출근시간도 아니고 퇴근시간도 아닌 때인데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을까. 이들은 또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회사가 있는 위치가 디엔비엔푸 거리이다 보니 반드시 거쳐야 하는 로터리가 있다. 이 로터리는 보티사우, 바탕하이, 리찐탕, 깍망탕땀, 응우옌트엉히엔, 응우옌푹응우옌 거리가 만나는 곳이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이 로터리를 통과하지만 아직도 이 곳에 들어서면 발에 힘이 들어 간다. 운전기사를 대신해 허공의 브레이크를 밟느라 다리가 아프다. 물론 진짜 브레이크 페달은 운전기사가 밟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갑자기 끼어드는 오토바이에 깜짝, 깜짝, 깜짝 놀라기를 최소한 세 번은 해야 로터리를 빠져나온다. 그렇게 사람이 많다. 모두 전투하는 것 같다. 차도 오토바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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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에보내던 날

한국 근현대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도시, 빛고을이라 불린 광주를 이렇게 찾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방문할 일이 없었던 곳인데 베트남에 사는 지금에 와서 찾게 되는 도시라니 더욱 생경했다. 그러나 아마도 이 도시는 우리 가족에게 잊어지지 않을 도시가 될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가는 길을 알아보고 고속버스가 나을까 열차가 나을까 고민하고 숙소를 결정하여 예약하고 나니 예정한 날이 성큼 다가왔다. 차에서 내려 처음 본 광주는 태풍 미탁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비구름이 몰려들고 있었지만 참 깨끗한 인상을 가진 도시였다. 이번 광주 방문은 오랜만의 가족여행과 같았다. 나와 아내, 그리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함께 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간만의 열차 여행이었으니. 그럼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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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을 보내며

베트남도 추석을 지내기는 하지만 휴무일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명절 같은 느낌은 확실히 덜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절이라 하면 길고 지루한 이동이 먼저 연상된다. 그러나 그 고단함의 끝에는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던 부모 형제와 친지들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다. 반가운 인사로 함께 모이는 자리마다 풍성한 대화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 추석에는 이 모든 요소들이 다 들어있다. 그리고 연휴이다. 명절이 명절 다우려면 일단 쉬는 날이 많아야 한다. 이런 조건으로 본다면 베트남에서 맞는 추석은 도무지 명절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달력의 빨간 날이 아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금년의 추석은 자체 휴일로 하기로 한 것이다. 트남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추석이 있다. 그러나 같은 듯 다르다. 먼저 추석이라는 이름이 같다. 베트남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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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마이 라이프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 만도 아니었어 석양도 없는 저녁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힘든 일도 있지 드넓은 세상 살다 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것이 길이다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는 건축가이다. 이름 있는 중견 건축설계 전문기업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4년의 재임기간 동안 잠을 편히 이루지 못하고 몸을 상해 가며 열심히 일을 했다. 그는 회사를 사랑했고 그 회사를 든든히 만들어 가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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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가 없다

한국에서 베트남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탓인지 베트남에 진출을 원하는 회사들의 방문이 최근 들어 잦아졌다. 대부분의 경우에 베트남에서의 건설행위에 대한 내용을 문의하는데 개중에 베트남 사업 진출방식에 대한 자문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우리 회사의 경험을 말해 주곤 한다. 그런데 듣는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재미있어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없었던 세 가지이다 어느 회사나 진출 초기에 생존을 위한 그들 만의 전략이 있는 법이다. 우리도 당연히 그러했다. 정림건축의 베트남법인은 그때까지의 설계회사들과 다른 진출방식을 택했다. 베트남에 파트너를 두지 않고 본사가 파견한 단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했다. 본사 지원 없이 자체적인 현지 적응과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를 실험했고 민간에서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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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아침나절임에도 도착해서 맞이한 서울의 하늘은 한마디로 우중충했다. 구름은 엉성하게 드리워 있었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부산함 사이로 바람이 지나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점의 시원함도 없었다. 바람 사이 가득한 물분자들은 금방이라도 비로 변해 쏟아 부을 태세로 한껏 긴장한 채 대기를 채우고 있었다. 짧은 거리를 움직이면서도 흐르는 땀으로 인해 등 짝에 셔츠가 달라붙는 찜찜함을 느끼며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2박 3일의 출장 기간 내내 높은 습도와 부옇게 흐린 하늘은 영 기분을 편치 못하게 했다. 그리고 일정의 마지막 날, 하늘은 마침내 참고 참았던 빗방울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쏟아지는 빗소리는 잠을 이루기 어렵게 했다. 기왕에 내리려면 하루라도 전에 올 일이지, 떠나는 날 겪어야 할 도로의 혼잡함과 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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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말해야 해

베트남이 뜨겁다. 한국의 뉴스 속에서 베트남에 관련된 내용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여행도 베트남, 사업도 베트남, 투자도 베트남이다. 계속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도,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 변화도, 우리나라 기업 환경의 경색도 베트남에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에 베트남 정보가 늘어간다. 인터넷에도 유투브에도 베트남 정보가 쌓인다. 유투브가 돈이 된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로부터 이런 물살은 더욱 거세졌다. 몇몇 인기있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관광 안내나 베트남어 배우기는 이제는 고전이다. 한국의 유행을 쫓아 베트남 먹방도 있다. 그래도 역시 최고의 관심은 베트남 투자이다. 그런데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있다. 사실과 다른 정보들 때문이다. 유투브 세계에 들어와서도 그런 사례들이 생겨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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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바이러스

    3주 동안 기침이 끊이질 않는다.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가슴이 답답하면서 마른 기침이 난다. 인터넷이 의사라고 아내는 내 몸에 이상한 징후만 생기면 인터넷부터 찾아보곤 한다. 구글병원, 네이버선생님의 진단을 먼저 받는 셈이다. 그런데 아는 게 병이라고 인터넷으로 진단해보면 결과가 대체로 심각해진다. 단순한 감기로 인한 기침도 폐렴이 아닌지 고민하게 만든다. 전문적이고 개별적인 상황을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풀어 전달하려니 생기는 한계이다. 그런데 그걸 고려해도 내 경우는 제시된 증상의 범주에 거의 속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검색엔진 선생님들이 실력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한 셈이다. 기침은 나는데 열은 없다. 콧물도 몸살기운도 없다. 목이 부은 것도 아니다. 기침을 통해 나오는 이물질도 거의 없다. 호흡이 곤란하지도, 위의 통증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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