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은 ‘국제 어린이날(International Children’s Day)’ 이었습니다. 5월 5일만을 어린이날로 기억하다 베트남에서 처음 알게 된 국제 어린이날은 국제 여성의 날 만큼이나 생소한 기념일이었습니다. 어린이와 여성에 대한 관심의 필요가 이 날을 있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린이와 여성의 권익이 신장된 탓에 거꾸로 남성을 위한 날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니 세상 참 …
Read More »건기가 지나면 우기가 온다
올해는 비가 늦는다 싶었습니다. 4월이 다 가고 5월의 반을 흘러 보내도록 비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른 하늘은 답답한 마음을 더욱 내리 눌렀고 밤이 늦어도 속이 얹힌 듯 가슴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COVID-19로 인해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찬 채 살았던 몇 개월의 기억이 갑갑함을 더하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신작로 옆 …
Read More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박지훈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가이자 ‘몽선생의 서공잡기’, 크룩스크리스티’의 저자이며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다. 현재 설계, CM전문회사인 정림건축의 베트남 법인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활한 햇수가 십년을 넘다 보면 여러 관계나 모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호찌민에 들어온 다음 해부터 시작했던 베트남 청년들과의 만남이 그것입니다. 올해로 열 두 해가 되었고 열 여섯이 넘는 …
Read More »저 너머의 세상
지난 4월 1일 이후 한국에서 체류 중입니다. 2 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속박에 풀려 이제는 자유롭게 외출이 가능해졌습니다. 그간 전화로 인사를 나누며 만남을 대신하던 지인들을 대면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현실을 실감합니다. 한국의 날씨는 그야말로 사랑의 맹세가 어울리는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초록이 점점 짙어진다는 것을 매일 눈으로 확인합니다. 지금 한국은, 여러분 모두 소식을 듣고 …
Read More »낯선 상대를 대하다
두 달이 넘어 지낸 일임에도 지루하고 긴 하루를 보낸 것과 같았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기력함에 사지를 눌려 지낸 듯했습니다. 그동안 다른 동네에서 벌어진 이야기 같이 들려오던 소식이 7군의 어떤 아파트, 자주 방문하던 2군의 어떤 지역, 내가 사는 곳 근처의 아파트, 심지어 오전에 사람을 만나 협의하였던 바로 그 장소의 아파트가 …
Read More »문득 일상이
문득, ‘소소한 일상의 행복’ – 안나 마르르레테 키에르고르의 작품 문득 평온한 일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던가’하고 회상형으로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일상(日常)’이란 아침에 해가 뜨는 것처럼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입니다. 그것에는 다분히 따분하고 지루한, 익숙하여 전혀 새롭지 않은 그런 의미들이 담겨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곁에서 …
Read More »코로나 이후
요즘은 무슨 글을 쓰나 서두가 전부 코로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하긴 세상이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에 발목이 잡혀 꼼짝을 못하는데 글을 쓰는 머리라고 따로 놀겠습니까? 아무튼, 이런 환난을 겪으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동안 배우고 경험했던 세상은 사라지고 또 다른 세상이 등장합니다. 앞으로 어찌 세상이 변할지 짐작이 안가니 그동안 헛살았나 싶어 당황을 …
Read More »우리 의식 라는
중국 우한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이제 세계를 덮칠 기세이다. 지난 주 17번 환자가 발생했던 베트남도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에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45번 확진자에 이르도록 순식간에 그 수가 늘고 있다. 우리가 한국을 걱정하던 사이에 코로나19의 포위망이 어느덧 우리 옆을 조여 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본지에 실린 기사를 …
Read More »가시
이 상황이 종식되고 연말이 되어 올해 영향력을 끼친 최고의 유명인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코로나19(COVID19)가 선정될 것이다. 바이러스를 ‘인사’라는 표현까지 써서 소개함이 합당치 않겠지만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현실이다. 두 주일 전만 해도 이번 칼럼을 쓸 때에는 뭔가 달라지길 바랬다. 조금 더 밝고 기쁜 소식, 코로나19로 움츠려 들었던 마음들이 …
Read More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때는 그저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워낙 많은 소식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모든 인터넷 뉴스, 유투브에는 온통 그 얘기들이 머리기사로 채워져 있다. 전화 메시지도 바빠졌다. 베트남 번호로는 Bộ Y tế (베트남 보건부)에서, 한국 번호로는 외교부에서 수시로 상황 뉴스와 경고 안내가 올라온다. 그 중에는 시청률을 노린 …
Read More »새 아침의 기도
설을 맞을 때마다 생각하는데 과연 새해의 시작을 언제로 봐야 하는 거지 하며 새삼스럽게 답 없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이번에는 새해를 맞은 지 한 달도 안돼서 설이라고 하니 마치 환갑 진갑 다 보내고 껍질만 남은 기분입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참 이렇게 시간이 빨라도 되는 건가요? 요즘 세상의 변화가 …
Read More »세월의 무게
양력으로 1월 1일도 지냈고, 이제 음력으로까지 1월 1일이 지났으니 피해 갈 수 없는 새해이다. 그렇다. 바야흐로 2020년이란다. ‘란다’ 라고 남 얘기하듯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숫자가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 얘기를 옮기듯 말할 수밖에 없다. 애써 모른 척하면 올해를 가리키는 숫자가 나를 피해 가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
Read More »당신들이 쌓은 터 위에
씬짜오베트남에 기고한 칼럼 중 ‘열정은 감동을 부른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소개한 사람이 있다. 알리 엘 샤예드, 수단 알아자리 대학교 총장이다. 그와의 다른 일화를 먼저 소개하자. 수단에서 코이카 원조를 위한 조사업무를 마치고 만찬자리에서의 일이다. 그는 열흘 간의 우리의 수고를 치하하며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그는 내게 대뜸 A그룹은 어떠냐며 회장과 …
Read More »해를 보낸다-해를 맞는다
해를 보낸다는 말은 참 신기한 말이다. 어떻게 마치 사람을 떠나 보내 듯이 세월을 보낼 수가 있을까. 세월이란 것이 만져지는 것도 아니고 앞에 두고 감정을 나누는 상대도 아닌데. 해를 맞는다는 표현은 그래서 더 신기하다. 새로운 해를 내가 초청한 적도 없거니와 그 시간들이 손님처럼 찾아와 나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아닌데. 아니, 그렇게 …
Read More »통(通)하였느냐?
한 레스토랑에서 모임이 있어 자리를 잡았다. 담소를 나누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있었다. 우리 건너편 자리였다. 그들은 한 가족이었다. 부부와 대여섯살 정도 되어 보이는 딸이 있었다. 자리가 뷔페이다보니 음식을 챙기느라 어린 딸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화목해 보였다. 손님들과 식사를 하고 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될 무렵 그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 가족도 …
Read More »경계를 사는 사람들
요즘 한국 정치에 관한 어떤 통계라도 보면 찬성이든 반대이든 주도하는 쪽이 없다. 통계하는 사람들이 꼭 인용하는 표준편차 감안하면 반반이라는 얘기이다. 언제부터 인지 우리 사회는 이렇게 절반으로 나뉘었다. 그러다 보니 중간 자리가 없어져 가는 느낌이다. 그냥 좌측과 우측이 맞닿아 있어서 좌 아니면 우이고 우 아니면 좌이다. 그래도 전에는 좌 건너 약간의 …
Read More »모닝 클래식
아침에 자리에 앉으면 부산했던 출근시간의 부대낌을 기억 뒤로 던지고 아침 탁자에 향 좋은 커피 한잔을 두고 싶었다. 클래식 음악을 나지막이 틀어 놓고, 할 수만 있다면 오랫동안 보관해온 LP판을 꺼내 음악을 들으며, 디지털 음향이 줄 수 없는 소리의 미세한 긁힘을 느끼고 싶었다. 느린 선율을 따라 천천히 블라인드를 걷고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
Read More »Metropolis Ho Chi Minh city-메트로폴리스 호찌민시티
가끔씩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출근시간도 아니고 퇴근시간도 아닌 때인데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을까. 이들은 또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회사가 있는 위치가 디엔비엔푸 거리이다 보니 반드시 거쳐야 하는 로터리가 있다. 이 로터리는 보티사우, 바탕하이, 리찐탕, 깍망탕땀, 응우옌트엉히엔, 응우옌푹응우옌 거리가 만나는 곳이다. 지금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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