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비만치료제의 혁명이 일어나는가?

-위고비 열풍 넘어설 ‘게임체인저’ 후보들이 몰려온다

2024년 10월 국내 출시되며 ‘다이어트 혁명’이라 불렸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새로운 도전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높은 가격(월 40~50만원)과 주 1회 주사라는 불편함을 극복할 차세대 비만치료제들이 2025년 임상시험 결과를 앞두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고비의 성공과 한계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출시 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68주 투약 시 평균 13.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기존 식욕억제제들과 달리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니어서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주사제라는 형태적 한계, 그리고 투약 중단 시 체중 재증가라는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비만치료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현재 주목받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들의 작동 원리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호르몬 시스템을 모방하는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장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한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이 GLP-1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되, 체내에서 더 오래 지속되도록 설계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해 포만감 증가 ▲위 배출 속도 지연으로 음식물이 위에 더 오래 머물게 함 ▲혈당 상승 시 인슐린 분비 촉진을 통해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기존의 펜터민 같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해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것과 달리, GLP-1 계열은 자연 호르몬을 모방한 방식으로 작동해 중독성이나 금단현상 위험이 낮다.

티르제파타이드, 위고비를 넘보다

가장 주목받는 대안은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다. ‘마운자로’, ‘젭바운드’라는 제품명으로 알려진 이 약물은 72주 투약 시 최대 20%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위고비의 15%를 뛰어넘었다.
티르제파타이드의 차별점은 GLP-1뿐만 아니라 GIP(위 억제 폴리펩타이드)를 동시에 활성화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심장 건강 개선, 혈압 감소, 염증 완화 등의 부가 효과까지 확인됐다.
일라이 릴리는 2025년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티르제파타이드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종합적인 건강 개선 효과를 입증할 경우 시장에서 위고비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먹는 비만치료제’ 시대 열리나

주사제의 불편함을 해결할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은 26주 동안 평균 10%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현재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위고비와 유사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편리한 경구 복용이 가능해 2026년 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 1회 주사로 편의성 극대화

미국 암젠의 마리타이드는 투여 횟수를 혁신적으로 줄였다. 한 달에 한 번 주사만으로 52주 동안 평균 20%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으며, 투약 중단 후에도 체중이 유지되는 효과까지 확인됐다. 암젠은 올해 마리타이드의 3상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역대급’ 효과 노린 복합제들

일라이 릴리는 레라트루타이드 기반 약물로 더욱 강력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GLP-1, GIP뿐만 아니라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활성화하는 ‘다중 호르몬 타겟 전략’을 통해 11개월 동안 평균 24%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 2026년 완료를 목표로 현재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도 카그리세마라는 복합제로 맞불을 놓고 있다. 아밀린 작용제와 GLP-1 작용제의 복합제인 카그리세마는 68주간 22.7%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시장의 변화 전망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3년 기준 1,780억원 규모로, 이 중 삭센다가 37.5%를 점유하고 있다. 위고비 출시 이후 삭센다의 점유율은 위고비로 흡수되는 추세이며, 새로운 경쟁 약물들의 등장으로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마운자로는 건강보험 적용을 목표로 보건 당국과 협의 중이어서, 실현될 경우 위고비의 가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화재에서는 위고비 처방 비용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트남-선택지 매우 제한적

한편 베트남에서는 비만치료제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적인 상황이다. 베트남 보건부가 공식 승인한 비만치료제는 2021년 3월 승인된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3.0mg)가 유일하다. 기존에 승인되었던 올리스타트(Orlistat)는 2025년 6월 제조회사의 자발적 요청으로 등록이 취소되어, 현재 삭센다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위고비와 오젬픽의 베트남 승인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또한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주목받는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젭바운드)는 아직 베트남에서 유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작용, 여전히 만만치 않아

지금까지 소개한GLP-1 계열 약물들도 부작용에서 자유롭지 않다. 위고비 임상시험에서 대상자의 43%가 오심(메스꺼움)을 경험했으며, 29%가 설사, 24%가 구토와 변비를 겪었다. 특히 변비는 한 번 발생하면 평균 47일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급성 췌장염(0.2% 발생률) ▲담석증 ▲모발 손실 ▲시력 상실(1만명 중 1명 수준) 등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빠른 체중 감량으로 인해 근육량까지 함께 줄어들 수 있어, 미국에서는 단백질 보충 열풍까지 불러일으켰다.

임신 관련 주의사항도 중요하다. 동물실험에서 생식독성이 확인되어 임신 중 사용이 금지되며,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최소 2개월 전에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투약 중단 시에는 평균 11.6%의 체중 재증가가 나타나는 것도 한계점이다.
한국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소비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며, 나눠맞기를 통해 비용을 절약하려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5명 중 1명꼴로 약효가 전혀 듣지 않는 체질이 있어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의 시각

의료진들은 새로운 비만치료제들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한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효과가 뛰어난 약물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어야 한다”며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GLP-1 계열 약물들이 기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보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위장관 부작용은 여전히 상당하다”며 “환자가 부작용을 견딜 수 있는 수준에서 용량을 조절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약물 치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식단 관리와 운동 병행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이 동반되어야 장기적인 체중 관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미래

2025년은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위고비가 만들어낸 GLP-1 열풍이 더욱 다양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들로 발전하면서, 환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경구제와 월 1회 주사제의 등장은 환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건강보험 적용 약물이 등장할 경우 비만치료제가 더 이상 ‘부유층만의 치료법’이 아닌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약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야 장기적인 체중 관리가 가능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생활습관 개선을 돕는 도구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건강한 생활 방식에 있다는 것이다.
2025년, 과연 비만치료제 분야에 진정한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 업계와 환자들 모두가 주목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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