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당긴 후 삶이 무너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에 정복 벗는 미국 경찰들

출처: VnExpress VN
날짜: 2026. 3. 29.

범죄자와의 일촉즉발 상황에서 총기를 발사해 상대를 사망케 한 미국 경찰관들이 극심한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 정작 당사자에게는 치유되지 않는 정신적 흉터로 남으면서 미 공권력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뉴저지주 벤트너 시청 소속 경관이었던 마이클 아레나(29)는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남성을 저지하기 위해 총을 발사했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 정당방위로 결론 났지만, 아레나의 삶은 그날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독한 불면증과 환청, 갑작스러운 분노 조절 장애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9가지 약물에 의존하는 ‘걸어 다니는 좀비’ 같은 상태가 됐고, 결국 8년간 정들었던 경찰직을 내려놨다.

뉴저지주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매년 약 10건의 경찰 총기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심리적 타격을 입고 조기 퇴직한 경관은 최소 64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연금만 연간 490만 달러(약 65억 원)에 이르며,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신규 채용과 초과 근무 수당 등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2023년 총격전 중 머리를 스치는 총알을 피하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라이언 발레리 경관은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창밖을 내다보게 된다”며 동료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18년의 경력을 뒤로하고 은퇴를 택했다.

로완 대학교의 존 샤르박 교수는 “미국 경찰은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살인을 피해야 한다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내 경찰 총격 사망 사건은 연평균 1,000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사건 이후 많은 경관이 악몽과 환각에 시달리며, 현장에 복귀하기까지 최소 8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부는 끝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 팬데믹’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와 FBI는 경찰관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뉴저지주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위기 상황에서 무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긴장 완화(De-escalation)’ 교육을 강화하고, 경찰과 정신 건강 전문가가 합동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비극적인 총격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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