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전기차 시장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일본 혼다(Honda)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혼다는 전동화 전략의 전면 수정으로 인해 2년간 최대 2조 5천억 엔(한화 약 22조 원)의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혼다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불투명한 전망과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신 희생양이 됐다.
미 이브이즈(Insideevs)의 맥 호건 기자는 혼다가 지난 5년간 보여온 ‘말뿐인 혁신’과 반복된 후퇴를 강하게 비판했다. 2022년 미베 토시히로 최고경영자(CEO)는 제너럴 모터스(GM)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저렴한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 해당 프로젝트는 사실상 무산됐다. 2024년 야심 차게 공개했던 차세대 전기차 ‘0 시리즈’ 역시 미국 내 생산 계획이 취소되는 등 혼다의 전동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혼다의 전기차 역사는 ‘출시-실패-단종’의 반복이었다. 클래리티 일렉트릭과 핏 EV 등은 주행거리가 128km 수준에 불과해 시장 경쟁력이 전혀 없었으며, 규제 대응용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되다 소리 없이 사라졌다. 유럽에서 주목받았던 혼다 e 역시 낮은 판매량으로 3년 만에 단종됐고, GM 플랫폼을 빌린 아큐라 ZDX는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혼다는 중국 시장에서의 패배 원인을 소프트웨어 경쟁력 부재로 꼽았다. 고객 관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신흥 전기차 업체들에게 시장을 내줬다. 혼다가 전기차 투자를 줄이며 하이브리드와 수소차에 집착하는 사이, 현대차와 도요타 등 경쟁사들은 각자의 전기차 수익 모델을 구축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맥 호건 기자는 혼다가 기술 혁신을 지켜보기만 할 뿐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미국 거대 기업들을 압도하며 성장했던 혼다가 이제는 BYD와 테슬라 같은 신흥 강자들에게 밀려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혼다가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실행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자동차 산업의 다음 세대에서 완전히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