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의 그늘’… 화려한 파인 다이닝 주방 뒤에 숨겨진 가혹한 폭력

'미쉐린의 그늘'… 화려한 파인 다이닝 주방 뒤에 숨겨진 가혹한 폭력

출처: VnExpress Travel
날짜: 2026. 3. 21.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의 화려한 명성 뒤편에는 군대식 서열 구조와 강도 높은 노동, 그리고 일상화된 폭언과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노마(Noma)’의 설립자 르네 레드제피가 과거 직원들에게 가한 학대 사실이 폭로되면서 요리업계의 고질적인 악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 전문 주방의 근간인 ‘브리가드 드 퀴진(Brigade de Cuisine)’ 시스템은 20세기 초 프랑스 셰프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군대 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한 서열 체계다. 소스, 구이, 생선 등 각 분야별로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상급자의 절대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도 쓰인다. 에스코피에 스스로도 “뺨 한 대 때리지 않고는 주방을 운영할 수 없다”고 기록했을 만큼 이 시스템은 탄생부터 폭력적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고든 램지와 그의 스승 마코 피에르 화이트 같은 거물급 셰프들은 이러한 가혹한 환경을 훈육으로 포장해 왔다. 화이트는 자서전 ‘주방의 악마’에서 “상사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요령을 피우게 된다”며 폭언과 기물 파손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요리사들의 열정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노마의 전 직원은 레드제피가 직원들을 주방 도구로 찌르거나 해고 협박을 일삼았으며, 심지어 오픈 주방에서는 고객의 눈을 피해 조리대 아래로 발을 걷어차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은 주방이 좁은 공간, 장시간 노동, 엄격한 계급제, 그리고 미쉐린 등급에 대한 집착이 결합된 가장 가혹한 일터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조지 오웰은 일찍이 주방을 ‘위에서 아래로 소리를 지르는 곳’으로 묘사했으며, 안소니 보데인은 ‘남성 우월주의와 술 취한 고함이 가득한 장소’라고 기록했다. 2021년 카디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환경은 하급 요리사들을 소외시키고 고립시키며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공을 꿈꾸는 젊은 요리사들은 거장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러한 학대를 묵인해 왔다. 인기 드라마 ‘더 베어(The Bear)’에서도 주인공 카미가 세계적인 셰프 밑에서 공개적인 모욕을 견디며 수련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르네 레드제피 역시 이러한 구시대적인 관습이 재능 있는 인재들을 업계에서 떠나게 하고 있다고 인정하며 과거의 유산과 직면할 때라고 밝혔다.

요리업계 일각에서는 파인 다이닝의 극도로 높은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요크 대학의 로빈 버로우 부교수는 “이 직업은 숙련된 요리사에게도 믿기 힘들 정도로 까다롭기에 이런 문화가 거의 필연적으로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화려한 요리가 예술 작품으로 칭송받는 시대에 그 뒤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인권과 조직 문화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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