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바레인의 주요 석유 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바레인 국영 통신은 알 마아미르(Al Ma’ameer) 정유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상당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화재 진압과 수습 작업이 긴급히 진행 중이다.
사태가 악화하자 바레인 국영 에너지 기업 밥코(Bapco)는 지역 분쟁에 따른 ‘불가항력(Force Majeure)’ 상황을 공식 선언했다. 계약상의 의무 이행 지연이나 불이행에 대한 면책권을 확보한 것이다. 다만 밥코 측은 선제적인 비상 계획 덕분에 바레인 내수 시장의 연료 수요는 차질 없이 전량 충당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설 파괴가 곧바로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했다는 설명이다.
이란의 도발은 정유 시설에만 그치지 않았다. 바레인 당국은 전날 밤 시트라(Sitra) 섬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32명이 부상했으며, 이 중 4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지난 8일에는 바레인의 생명줄인 해수 담수화 플랜트 중 한 곳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와 물 등 국가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이란의 무차별적인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란 지도부의 오락가락하는 행보는 혼란을 키우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일, 걸프 국가들이 이란 공격의 기지로 활용되지 않는 한 더 이상 타격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다. 그는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에 맞서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공격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사과 직후 걸프 지역에 대한 추가 공격이 단행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이란의 외교적 수사가 ‘기만전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