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금 시대의 느릿한 공룡이었던 비나밀크, PNJ, REE, 사베코 등 베트남 국영기업들이 ‘민영화(주식회체 전환)’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거쳐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가 대표 브랜드로 거듭났다. 7일 호찌민시 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과거 수동 생산 방식에 의존하던 이들 기업은 현대화와 경영 혁신을 통해 베트남 경제의 강력한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 관료주의 늪에 빠졌던 ‘병든 국영기업’의 과거
1975년 이후 설립된 많은 국영기업은 보조금 제도하에서 심각한 비효율성에 시달렸다. 비나밀크는 수동 생산 방식과 원료 부족에 허덕였고, 냉동공학 기업인 REE는 중고 기계를 수리해 쓰며 명맥을 유지했다. 당시 호찌민시 경제학 연구소 소장이었던 쩐 두 릭(Tran Du Lich) 박사는 “당시 12,000여 개의 국영기업 대부분이 자산도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거나 매우 비대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미국의 금수 조치로 외자 유치가 차단된 상황에서 시 당국은 1992년 국영기업 민영화라는 생존을 위한 ‘도박’을 시작했다.
### REE·비나밀크 등 ‘모루모트’가 된 선구자들
민영화의 첫 길을 연 것은 REE였다. 응우옌 티 마이 타잉(Nguyen Thi Mai Thanh) 회장은 당시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기를 자처했다. 1993년 당시 160억 동(약 100만 달러)의 가치로 평가받으며 민영화된 REE는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현재 자본금 22조 동 이상, 매출 8조 동대의 거대 기업이 됐다. 비나밀크 역시 2003년 민영화 이후 매출이 15배 이상 성장한 61조 7,000억 동을 기록하며 시장 가치 40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유제품 기업으로 도약했다.
### 민영화를 넘어선 경영 마인드의 혁신
전문가들은 단순한 지분 매각보다 ‘경영진의 사고방식 변화’를 성공의 핵심으로 꼽는다. PNJ의 까오 티 응옥 중(Cao Thi Ngoc Dung) 회장은 “민영화는 촉매제일 뿐, 결정적인 것은 리더의 혁신적인 사고”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베코(Sabeco)는 2017년 태국 자본 유입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를 도입해 북부 시장 점유율을 2배로 늘리고 역대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민영화된 기업들은 관료적인 결재 라인에서 벗어나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각 산업 분야의 리더가 되었다.
### 주식 시장의 우량주로 거듭난 국영기업들
민영화된 국영기업들은 갓 태어난 베트남 주식 시장의 질 좋은 ‘상품’이 되었다. 드래곤 캐피탈(Dragon Capital)의 공동 설립자 쩐 타잉 탄(Tran Thanh Tan)은 “시장을 만들려면 좋은 상품이 필요했고, 민영화된 국영기업들이 바로 그 우량주였다”고 평가했다. 호찌민시는 2025년 말까지 사이공 상업공사(Satra)를 포함한 10개 기업의 추가 민성화를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민간 자본의 효율성을 더욱 극대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