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무조건 크고 화려한 수입 과자 세트를 샀지만, 올해는 실속 있는 베트남산 견과류 세트를 골랐습니다. 쿠폰을 써서 배송비도 아꼈고요.”
2026년 베트남의 뗏(Tết) 장바구니 풍경이 바뀌고 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베트남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편리함’이라는 두 가지 무기로 무장하고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한 소비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쇼핑 채널의 이동이다. 오프라인 시장이 북적이던 과거와 달리, 2026년 뗏 쇼핑의 주도권은 온라인으로 넘어왔다.
최근 인사이트 아시아(Insight Asia)의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의 약 63%가 2026년 뗏 쇼핑에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년 전인 2024년(48%)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특히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ee)의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26년 뗏 시즌 쇼피 라이브(Shopee Live)와 비디오 조회수는 160억 회를 돌파했고, 라이브 방송을 통한 주문량은 2025년 설날 연휴 대비 61%나 급증했다.
눈여겨볼 점은 MZ세대의 쇼핑 패턴이다. 이들은 밤새워 세일을 기다리기보다, 퇴근 후 여유로운 시간대인 저녁 8~9시에 ‘라이브 방송’을 보며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듯 쇼핑을 한다.
또한 ‘4시간 특급 배송’ 등 빠른 물류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열며 ‘시간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소비 패턴은 신중해졌지만, 자국 제품에 대한 자부심은 오히려 높아졌다. 하노이 산업통상국 이 발표한 2026년 뗏 준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설날 핵심 판매 물품인 과자류 선물 시장에서 베트남 브랜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과거 뗏 선물 시장을 장악했던 고가의 수입 양주나 과자 대신, 베트남산 고급 차(Tea), 견과류, 건과일, 지역 특산품이 그 자리를 채웠다.
쇼피 내 베트남 브랜드 주문량 역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과거의 ‘보여주기식 소비’에서 벗어나 품질과 가성비를 따지는 ‘실리적 소비’로 돌아섰다”며 “특히 베트남 기업들이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과 품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굳이 비싼 수입품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려한 온라인 쇼핑의 이면에는 ‘고물가’가 드리운 그늘도 존재한다. 월드패널 바이 누머레이터(Worldpanel by Numerator)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가구의 60%가 “올해 뗏에는 비필수품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하노이 주요 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선물 세트 가격대는 19만 동~50만 동(한화 약 1만 원~2만 5천 원) 선이었다. 100만 동(약 5만 원)을 훌쩍 넘던 고가 선물 세트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하동(Hà Đông)에 거주하는 직장인 트란 민 득(Trần Minh Đức )는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뗏 선물을 안 할 수는 없다”며 “대신 겉치레를 줄이고, 받는 사람이 실생활에서 바로 먹거나 쓸 수 있는 60만 동짜리 실속형 선물 바구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2026년의 뗏은 단순히 소비가 폭발하는 축제가 아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전통을 지키려는 베트남 사람들의 의지가 ‘디지털’과 ‘가성비’라는 새로운 도구를 만나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