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오년(2026년) 설날 아침, 베트남의 소수민족인 참(Cham)족의 가장 큰 축제 ‘라무완(Ramuwan)’이 베트남 전통 설(뗏)과 33년 만에 같은 날 시작되며 진귀한 문화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19일 현지 사회과학계에 따르면 참 바니(Cham Bani) 공동체의 사카위(Sakawi) 달력과 베트남 음력이 일치하는 것은 지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남부 사회과학원 전 부원장 푸 반 한(Phu Van Han) 박사는 이러한 일치가 이슬람력의 독특한 운영 원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력은 1년에 약 354일로 태양력보다 짧아 매년 오차가 발생하며, 이를 보정하는 과정에서 33년 주기로 음력 설과 시기가 겹치게 된다. 참족 사회 내에서도 ‘참족의 보름달 밤은 밝지만, 바니 이슬람의 보름달 밤은 칠흑 같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두 달력 체계의 차이는 명확하다.
닌투언성 등지에 거주하는 참 바니족에게 라무완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조상을 기리고 정화의 시간을 갖는 신성한 달이다. 축제는 크게 성묘, 조상 제사, 그리고 한 달간의 금식 및 기도라는 세 단계로 진행된다. 특히 조상 묘를 찾아 정성껏 관리하는 모습은 베트남의 설 풍습과도 닮아 있어, 올해처럼 두 명절이 겹치는 시기에는 국가 전체가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라무완의 첫 사흘은 가족 재회와 연회의 시간으로 꾸며지지만, 이후 한 달간은 경건한 수행의 기간으로 전환된다. 이 기간 참 바니족은 살생을 금하고 가무를 삼가며, 전통 흰색 의상을 입고 매일 사원을 찾는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사원에 머물며 낮 동안 금식하고 꾸란을 낭독하며 알라의 축복을 기원한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참족이 거주하는 칸화성(구 닌투언성 포함 지역)에는 약 7만 4천 명의 참족이 22개 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이 중 2만 7천 명 이상이 바니 이슬람을 믿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명절의 중첩이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베트남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자, 공동체 간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