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소지품을 규제해 온 ‘물건 금지’의 40년 역사가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교육 철학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다. 소라뉴스24는 지난 40년간 일본 학교에서 금지되었던 품목들을 되짚어보며, 기술 발전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학교 규칙에 미친 영향을 보도했다.
1980년대와 90년대 일본 학교의 주요 규제 대상은 학습 방해 요소였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주간 소년 점프’와 같은 만화 잡지나 워크맨,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 등이 대표적인 금지 품목이었다. 학교 측은 이러한 물품들이 학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엄격히 단속했다. 특히 거품 경제 시기에는 고가의 문구류나 브랜드 운동화가 금지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면서 규제의 양상은 복잡해졌다. 초기 휴대전화와 피처폰은 ‘전면 금지’가 대세였으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비상시 연락 수단으로서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등하교 시 소지를 허용하는 학교가 늘어났다. 하지만 사이버 불링과 소셜 미디어(SNS)를 통한 범죄 노출 우려로 인해 학교 내 사용은 여전히 엄격히 제한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규제의 기준이 ‘기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단순한 시계 기능을 넘어 통신과 녹음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시험 부정행위 방지 차원에서 금지하는 학교가 많다. 반면 학습용 태블릿 PC는 교육 도구로 인정받아 장려되는 등 기기의 용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또한 과거 ‘블랙 교칙’으로 불리던 엄격한 복장 규정이나 특정 색상의 속옷 착용 강요 등은 인권 침해 논란 속에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의 규제가 시대의 흐름을 뒤늦게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교육학자는 “과거의 금지가 무조건적인 ‘차단’에 집중했다면, 현대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의 선을 찾으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