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현대지성클래식)

– 우리가 남이가  –

우리는 함께 일을 합니다. 우리가 우리를 ‘인간(人間 : 사람 인 + 사이 간)’ 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의 숙명을 상징합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도 있고, 길거리에서 싸움을 해도 ‘쪽수’가 많은 쪽이 유리하고, 조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이 상층부로 올라가고, 선거에서는 많은 사람의 표를 얻은 사람이 국회의원도 되고, 대통령도 됩니다.
기업이 목숨을 거는 매출이라는 것도 결국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많은 사람(소비자라 불리는)들이 선택을 해야만 올라가는 것이고, 인플루언서들의 수입과 지위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다수의 선택을 ‘옳다’라고 믿게 됩니다. 그런데, 다수의 선택이 꼭 옳지 만은 않은 때도 있습니다.
줏대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를 했다가 (여기서 강남은 아파트가 많은 그 강남이 아니라,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을 말한다고 합니다.) 인생이 꼬인 친구들이 주변에 한 두명씩은 있을 것입니다. 중역회의에서 내린 결정(감히 반대를 말할수 없는 분위기에서!) 때문에 내리막길을 걷게 된 회사들도 있고, 수백만명의 신도수를 가진 사이비 종교도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라들의 국민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의 지도자를 지지했으며, 그 결과 자신들은 물론 주변 국가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과연 ‘다수’는 옳은 걸까요, 틀린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해 직관적이고 명확한 답을 주고, 집단의 심리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시도한 130년전에 쓰여진 책이 있어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군중 심리> 는 ‘귀스타브 르봉’이라는 프랑스의 사회 심리학자가 1895년에 쓴 책입니다. 최신 개정판 책의 표지를 보면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가’라는 문구와 함께 ‘프로이트가 극찬한 책’이라는 광고 문구가 있는데, 심리학 책을 좀 읽어본 사람들 입장에서 이 문구는 정말 지나칠 수 없는 어마무시한 떡밥이 됩니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 프로이트가 극찬했다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책이란 말인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끼는 개인적인 생각은 이 책은 개인의 두뇌와 감정을 세세하게 분석한 프로이트의 책과는 또 다른 스케일의 ‘집단 심리학’이라는 신세계를 열어주는 책입니다. 르봉은 ‘인간은 군중속에서 비이성적이 되고, 충동적이며, 암시에 쉽게 휘둘리고, 책임감을 잃는다’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합니다. 르봉은 책의 초반부에서 ‘자신은 학계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학계의 비판에 관심이 없고 관찰의 결과를 순수하게 기록할 뿐’ 이라고 밝힙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책에서 우리가 듣고 싶지 않은, 그러나 사실임이 분명한 ‘우리’의 민낯을 낱낱이 볼수 있게 된 이유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라는 말 속에는 사람을 묶는, 종교적인 커다란 힘이 있습니다. 그 커다란 힘으로 인류는 위대한 가족, 위대한 마을, 위대한 종교, 위대한 국가, 위대한 세계와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위대한 힘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남의 희생’이라는 연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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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읽다보면 인간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남’에게 저지르는 이해못할 일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 이해못할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특히 전쟁과 혁명이 그러한데, 인간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남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는, 다른 동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비이성적인’ 동물입니다. 저자인 르봉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군사 천재로서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혁명 정신을 전 유럽에 전파했다고 묘사한 나폴레옹을 ‘수백만명의 프랑스 젊은이를 전쟁터로 끌고가 목숨을 잃게 한 지도자’라고 평가합니다.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인 로베스 피에르가 ‘인권’의 이름으로 5만명의 사람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상기시킵니다. 나폴에옹과 로베스피에르라는 지도자에 이끌린 사람들이 어제까지 ‘친구’라고 부르던 사람들의 목숨을 감정적으로, 공정한 재판 절차도 없이, 지도자의 선동에 따라, 아무런 죄책감 없이 ‘환희’에 찬 마음으로 빼앗았다는 사실은 저자의 주장을 흘려듣지 않게 만듭니다. ‘인간은 군중속에서 비이성적이 되고, 충동적이며, 암시에 쉽게 휘둘리고, 책임감을 잃는다’ 라는 말을 말입니다.

이 책이 프로이트의 극찬을 넘어 훗날 스탈린과 히틀러, 그리고 수많은 독재자들의 교과서가 되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의 이론은 현대 PR, 광고 기법에도 활용되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논리적 설명이 빠진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지 광고, 반복되는 카피, 화려한 광고모델에 이끌려 충동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군대 생활을 경험해본 분들은 입대 후 군대라는 집단속에서 자신의 인격이 어떻게 변했었는지를 상기해 보면 이 책이 얘기하는 ‘군중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몇 만명이 모인 콘서트장에서 환희를 느껴봤던 분들은 인간이 거대한 집단의 일원이 되었을 때 얼마나 큰 기쁨과 에너지를 느낄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될것입니다. 반대로 회사라는 거대한 조직에 속해 있다가 그 조직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수입이 줄었다는 경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만날 사람이 없고, 갈데가 없다는 ‘소속감 상실’이 주는 심리적 박탈감으로도 많이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이 책은 도움을 줍니다.

이 책은 저자가 우려했던 대로 많은 비판도 함께 받고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비판은 군중을 지나치게 비이성적이고 열등하게 묘사하고, 엘리트 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자주 쓰는 ‘집단 지성’ 이라는 개념,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낸 수 많은 혁명의 결과 등이 역시 이 책을 비판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것입니다.

인간인 이상 우리는 뭉칠 수 밖에 없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며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학연, 지연, 혈연, 민족, 국민이란 집단의 힘은 삼시 세끼 밥을 먹으며, 아이를 키우고, 지붕과 벽이 있는 집에서 비바람을 피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현실의 문제를 헤쳐나가는데 절실하게 필요한 중요한 방패막이자 동아줄입니다. 다만 ‘우리가 남이가’를 말할때 본의 아니게 ‘남’에게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해서도 성찰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있어 ‘우리’라는 그릇은 더욱 더 커질 것이고, 더 큰 것을 담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이 대단한 책에 대한 리뷰를 마칩니다. 꼭 한번씩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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