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대도시 아파트값이 최근 수년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실질 구매력을 크게 초과한 가격이 부동산 시장에 버블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CBRE가 최근 주최한 주택 부동산 포럼에서 보 후인 뚜언 끼엣(Vo Huynh Tuan Kiet) 주택시장 담당 이사는 “하노이와 호치민의 아파트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35~45% 상승했다. 호치민의 경우, 3분기에만 15~18% 상승해 ㎡당 약 9000만 동(3413달러)을 기록했다. 올해 신규 공급 물량의 70%는 고급 주거 부문으로, 대부분의 도시 거주자 평균 소득을 훨씬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급등세를 나타낸 주택 가격을 두고, 활황을 보이던 중국 부동산 시장이 유동성이 막히면서 버블 붕괴로 이어졌던 장세를 연상케 한다며 베트남도 이러한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같은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나이트프랭크베트남(Knight Frank Vietnam)에 따르면 3분기 호치민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전년 동기 대비 8.8% 오른 약 9600만 동(3641달러)/㎡을 기록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당 1억 동(3792달러)을 호가하는 매물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매물이 6000만 동(2275달러)/㎡을 상회했다. 고급 아파트로 편중된 공급 구조가 분양가 상승을 이끌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끼엣 이사는 “베트남은 중국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있지 않아 이러한 상황이 완전히 반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구매력을 크게 초과한 가격으로 인해 고급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위험이 여전한 상황으로, 단기 시세 차익을 위해 투기꾼들이 매물을 사들여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시장 흡수 능력을 초초과할 경우, 공급난 상황 속에서도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급등세 속 신용 경색이 심화돼 거래 절벽에 직면했던 2007~2011년 시장 상황을 언급하며 “현재 고급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으며, 거래는 실제 수요 보다는 투기적인 성격이 짙은 상황”이라며 “가격이 구매력을 초과한 시장은 포화 단계에 진입해, 매도자는 가격을 내리지 않고 매수자는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되면서 시장 유동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지만, ㎡당 가격이 실제 가치와 평균 소득에 걸맞지 않은 2억~2억5000만 동(7584~9481달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버블 붕괴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CBRE베트남의 즈엉 투이 융(Duong Thuy Dung) 전무는 “고급 부동산 시장이 직면한 버블 위험은 현실적인 지적이나, 전체 시장 규모는 아직 적은 편”이라며 “중국은 고속 성장기에 공급이 급증했고, 많은 지역에서 부동산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여겼지만, 베트남 시장은 장기적인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CBRE 자료에 따르면 2018~2021년 기간 연평균 3만~4만 호가 공급됐던 것과 달리, 지난 3년간 호치민의 주택 공급량은 2만 호에 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인프라 개발은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더딘 편이며, 법적 절차 지연에 따른 중심부 가용 토지 감소로 인해 신규 사업은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융 전무는 이러한 수요와 공급 차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베트남이 중국과 같은 위기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파트 가격이 실제 구매력을 초과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높은 성장과 자산 버블 사이의 경계는 매우 희미해질 수 있다”고 일부 우려를 표명했다.
부동산 전문가 레 꾸옥 끼엔(Le Quoc Kien) 씨는 “도시화 속도와 기계적 인구 증가, 산업 전환 등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수년간 급등한 가격과 투기적 현금 흐름에 크게 의존하는 고급 부동산은 유동성 병목 현상으로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장은 순환하며 영원히 오르거나 내리는 가격은 없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실질적 가치와 적절한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명확한 법적 지위를 가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택하고,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실제 개발 가치와 안정적인 임대 현금 흐름을 우선시하는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의 희망은 국가의 관리 정책에 있다”며 “10년 만에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최고치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는 시장 안정과 함께 상품 공급 구조가 균형을 찾는 압력 완화 장치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저가 부문은 실제 주택 수요 충족과 동시에 높은 흡수율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반은 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 환경을 조성하고, 새로운 과열 사이클의 형성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 위험 확산을 막기 위해 △재산세 △투기 억제 △법 개정 △적체된 사업 해소 △사회주택 등 중저가 주택 개발 장려 등 투명하고 안정적인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조치를 정부 당국에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