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파트값, 10년간 소득 증가율을 두 배 초과

베트남 아파트값, 10년간 소득 증가율을 두 배 초과

베트남 호치민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지난 10년간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종합 부동산 개발사 탕러이그룹(Thang Loi Group)의 즈엉 롱 탄(Duong Long Thanh)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은 최근 베트남부동산연구소(VIRES)가 주최한 ‘제1회 남부지방 부동산 역동성 포럼’에서 “실제 주거 수요는 전체 시장의 70~80%에 육박하는 상황이나,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주택 가격 상승률로 인해 실질 구매력에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0여 년 전 벤깟(Ben Cat, 옛 빈즈엉성) 지역 소재 아파트를 3억 동(약 1만1380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근로자의 평균 소득이 월 약 700만 동(265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6년간 저축하면 충분히 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던 셈”이라며 “그러나 지난 10년간 평균 소득은 6~8% 증가에 그친 반면, 주택 가격은 연 12~20% 상승하면서 더 이상 이런 상황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CBRE에 따르면, 호치민의 아파트 평균가는 ㎡당 3000만 동(1138달러)에서 8600만 동(3261달러)으로 10년 사이 약 2.9배 상승한 반면, 근로자 평균 소득 증가율은 약 1.5배에 그쳤다. 집값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을 두 배 가량 앞지른 셈이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원마운트그룹(One Mount Group)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간 소득이 2억 동(7584달러)인 가구가 방 2개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한푼도 쓰지 않고 36년 이상을 모아야 한다”고 높은 집값을 지적한 바 있다. 현재 하노이와 호치민 가구의 54%가 연 소득 2억 동 미만 가구로, 현실적으로는 거주 가구 대부분이 도심권에서 집을 구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탄 회장은 “집값 상승률과 소득 증가율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고평수 아파트와 고가의 건축 자재를 사용하는 고급 주거 사업이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지적하며 “법률과 세금, 토지가, 건설 비용, 대출금리 등의 높은 투자 비용 또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문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많은 근로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시장의 자성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건설부 또한 호치민의 높은 아파트 가격을 지적한 바 있다. 건설부가 내놓은 3분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평균가는 ㎡당 7800만 동(2957달러)에 달했으며, 신규 공급 중 1억 동(3792달러)을 초과한 주거 사업의 비중은 30%를 웃돌았다. 현재 호치민시 아파트 평균가는 약 9100만 동(3451달러)/㎡으로 일부 시내 중심가 주거 사업은 1억2000만~1억5000만 동(4550~5688달러)/㎡을 기록했다.

나이트프랭크베트남(Knight Frank Vietnam)과 CBRE는 “호치민 아파트 신규 공급량 가운데 분양가가 1억 동/㎡을 초과하는 주거 사업이 전체 60%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당 6000만 동(2275달러)을 호가하는 사업으로, 저가 주택 공급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계국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임금근로자의 1인당 평균 소득은 월 830만 동(314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도시 지역 근로자의 소득(연 1억2000만 동)으로는 1년을 모아도 1㎡ 남짓을 구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중 하나인 비콘스(Bcons)의 레 느 탁(Le Nhu Thach) 이사회 의장은 “베트남은 노동가능인구 5300만여 명과 높은 도시화율(41%)로 대도시 인구 유입이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 또한 자연스럽게 급증한 상태”라며 “오늘날 주택 수요자들은 △투명한 법적 지위 △실질 사용 가치 △합리적 운영 비용 △안정적인 유동성 등을 우선시하고 있으나, 시장 현실은 수요와 주택 소유 능력 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택 공급량이 4000만 가구에 가까워지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어, 앞으로는 주택 접근성 개선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 주택 가격을 실제 수요층이 원하는 적정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개발사들이 먼저 나서 공급 면적과 기능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 의장은 “주택 구매자는 ㎡당 가격보다 총 소유 비용을 더 중요시하기에 주거지로서 모든 기능을 갖춘 소형 아파트 개발이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 또한 설계·시공·관리 및 운영까지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해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 회장은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 외 국가 차원의 저가 주택 공급 활성화와 절차 간소화, 비용 절감 및 생애 첫 주택 구매자를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며 “법적 절차가 간소화되고, 비용 위험이 줄어들면 주택 가격 하락의 여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택 시장은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닌, 주거를 위한 거주지라는 핵심 가치로 회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과 정책, 상품 개발 단계의 통합이 필수적이며, 지역적으로는 대도시 저층 주택이 고층 아파트로 점차 대체되는 상황에서 반경 15분 내 주요 시설 이동이 가능한 콤팩트 도시 모델이 주택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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