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모리스 창 같은 인물 필요”…연구원 16만 명 중 박사 1만4,000명 불과


베트남이 반도체,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등 11개 전략기술 분야를 국가 우선순위로 선정했지만 각 분야를 이끌 ‘최고 설계자(chief architect)’ 인재 부족에 직면했다고 23일 Vnexpress지가 보도했다.
국가혁신센터(NIC)의 보쑤언호아이(Vo Xuan Hoai) 부소장은 “지방 지도자들이 방향을 설정하고 지역 현실에 맞는 개발 경로를 제시할 수 있는 최고급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하노이(Hanoi), 호찌민시(Ho Chi Minh City), 다낭(Da Nang), 박닌(Bac Ninh) 지도자들로부터 유사한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CMC 기술연구응용연구소의 당민뚜언(Dang Minh Tuan) 소장은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의 로드맵을 조언하고 설계하며 구축할 최고 설계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6월 총리 서명으로 반도체, AI, 사이버보안, 생명공학, 항공우주, 로봇·자동화 등 11개 전략기술 분야를 개발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호아이 부소장에 따르면 각 분야는 기술과 경제를 모두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전환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가진 최소 1명의 최고 설계자가 필요하다. 단순한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보고 산업 전체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 인물 없이 개별 전문가들만 있으면 우리는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들과 같다”고 그는 말했다.
호아이 부소장은 대만의 TSMC 창립자 모리스 창(Morris Chang)을 전형적인 사례로 들었다. 미국에서 수년간 일한 후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을 이해하고 파운드리 경로를 선택해 대만의 기적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아직 그런 인물이 없다. 각자 한 각도에서 보고 각 지역이 한 부분만 한다. 한 분야 전체를 형성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베트남에 국제적 수준의 전문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호아이 부소장은 마벨(Marvell) 전 부사장으로 인피(Inphi Corporation)를 설립해 10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에 매각한 로이 응우옌(Loi Nguyen)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주요 인물인 소이텍(Soitec·미국) 부사장 응우옌빅옌(Nguyen Bich Yen)을 언급했다.
NIC는 최고 설계자를 찾기 위해 베트남 내외 2,000명 이상의 전문가와 연결했고, 전략 분야에서 10개 국가 네트워크와 5개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러나 호아이 부소장은 진정으로 최고 설계자 역할을 하려면 실제 대규모 프로젝트와 이를 추진할 신뢰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문제 없이는 능력을 보여주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신뢰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회 상임위원회의 결의안은 베트남이 반도체, AI, 생명공학 같은 신흥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와 최고 설계자 부족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다.
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16만7,000명 이상이 연구개발(R&D)에 종사하지만 84%가 국가 부문에 있다.
베트남의 상근직 상당(FTE) 연구원 수는 7만2,991명으로, 인구 1만 명당 FTE 연구원은 7.6명이다. 이는 싱가포르(69.2명), 말레이시아(23.6명), 태국(12.1명)에 이어 역내 4위다. 박사는 1만4,376명이지만 30%만 국제적 업무를 위한 외국어에 능통하다.
호아이 부소장은 베트남의 교수와 박사 절대 숫자는 많아 보이지만 총인구 대비 비율은 여전히 글로벌 기준에 비해 낮다며 “우리는 비율만 말하는 것이지 품질은 아직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에는 박사 이상 학위를 가진 연구원이 수만 명 있지만 대부분 학문 지향적이다. 최고 설계자는 깊은 기술 지식과 경제적 영향을 위해 무엇을 구축할지에 대한 이해를 모두 갖춰야 한다.
잘로(Zalo) 창립자 부엉꽝카이(Vuong Quang Khai)는 베트남 엔지니어의 기술 능력은 국내와 실리콘밸리 최고 기업들에서 입증됐지만 세계적 수준의 기술 제품을 만들려면 제품 설계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많지만 기술 설계자는 매우 적다”고 카이는 말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결의안 57호 이후 베트남은 ‘연구실에서 시장으로(lab to market)’를 추진하며 연구 결과를 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이는 새로운 세대의 최고 설계자를 형성하기 위한 첫 단계다.
과학기술부 인사조직국에 따르면 베트남의 인재 정책은 특정 임무, 목적에 맞는 업무 환경, 상응하는 인센티브라는 세 가지 트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6월 통과된 과학기술혁신법은 연구와 실험에서 위험을 받아들일 법적 여지를 만들었다. 절차를 제대로 따르면 과학자들은 손해 발생 시 행정적, 민사적, 형사적 책임이 면제된다.
인센티브는 금전적·비금전적이다. 인재는 협상 급여, 국제 출판 자금, 지적재산권 보호, 연구 결과 상업화 시 이익의 최소 30%를 받을 수 있다. 과학기술 활동에 대한 개인소득세가 면제되고 주택이 제공되며 탁월한 기여에 대해 영예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새로운 정책이 베트남이 인재, 특히 기술의 최고 설계자를 유치하고 육성하기 위한 장벽을 점차 제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길은 길고 도전적이지만 베트남이 전략기술을 마스터하고 국가를 발전시키려면 필요한 단계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Vnexpress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