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명·48명 무더기 검거…총영사관 “취업 미끼 사망 사건까지”…총책 인터폴 수배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유통 조직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피해 규모가 16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을 미끼로 유인된 한국 청년들이 감금당해 범죄에 강제 동원되는 사례도 55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12일 보도했다.
대전지검 홍성지청(김현우 부장검사)은 이날 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에 거점을 둔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 53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5명은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해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가 지난달 18일 국내로 송환된 이들이다.
A(25)씨 등 53명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건’으로 알려진 총책 B(조선족)씨가 캄보디아·태국 등에서 운영 중인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가담해 피해자 110명으로부터 약 9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조직원 규모는 200여명으로, 총책부터 하부총책, 실장, 상·하급팀장, 피싱팀 등 조직을 갖췄다. 피싱팀은 피해자를 유인하는 ‘채터’, 전화 유인을 맡은 ‘TM’, 피해금 입금을 유도하는 ‘킬러’, 수법 교육과 실적을 관리하는 ‘팀장’으로 운영됐다.
특히 동남아 현지에서 활동하는 다른 조직에 조직원을 파견·교육 보내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을 학습하게 하는 등 진화된 형태로 운영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로맨스스캠부터 검사 사칭 전화금융사기, 코인 투자 사기, 관공서 노쇼 등 다양한 범행을 저질렀다.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딥페이크 사진과 여성 조직원 목소리로 남성을 현혹한 뒤 “만나려면 사이트 인증 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이는 로맨스스캠으로 27억3,000만원을, 검사 사칭으로 60억1,000만원을, 코인 투자 사기로 4억7,000만원을, 관공서 노쇼 수법으로 1억8,000만원을 챙겼다.
검찰은 총책 B씨의 신원을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 수배했다. 현재 법무부와 함께 ‘보이스피싱 범정부 송환 TF’를 통해 총책 신병 확보를 추진 중이다.
부산경찰청은 같은 날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C씨와 다른 조직의 총책 D씨 등 48명을 검거해 26명을 구속 송치하고 2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C씨 일당은 텔레그램 등 SNS로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한 뒤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조직에 대포통장 20개를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올해 2월부터 넉 달간 텔레그램 등을 통해 개인 계좌 1,000만원, 코인 계좌 2,000만원, 법인 계좌 2,500만원 등을 제시하며 명의자를 모집했다. 모집책들은 통장 명의자를 만나 계좌 이체용 앱을 휴대폰에 설치한 뒤 긴급여권으로 캄보디아로 출국시켰다.
캄보디아 현지의 범죄 조직원은 프놈펜 공항에서 통장 명의자를 숙소로 안내하면서 해당 휴대폰과 OTP카드 등을 인수해 사기 범행에 이용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진해서 출국하고 범행에 가담했으면서도 처벌을 면하려고 취업 사기를 당해 납치와 감금은 물론 휴대폰을 빼앗겨 자신의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다고 허위 신고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D씨 일당은 지난해 4월부터 파인애플 유통회사를 가장해 SNS에서 “공장에서 6개월 일하면 1억원을 지급한다”며 통장 명의자를 모집했다. 급전이 필요한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받으려고 추가로 계좌 모집에 직접 나서기도 하고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 D씨는 조직원들에게 신체 문신을 강요하거나 손가락을 자르라고 협박하는가 하면 폭력조직처럼 ’90도 인사’와 같은 행동강령을 만들었고, 이를 어기면 상급자가 하급자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이들 2개 조직의 대포통장 유통에 따른 피해액은 모두 7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움이 필요한 경우 외교부 영사콜센터(02-3210-0404)로 연락하면 된다.
검찰과 경찰 관계자는 “피고인과 공범의 해외재산까지 끝까지 추적해 범죄 수익을 환수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총책 검거를 위해 대검찰청·법무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