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자신분증 VNeID 발급후기

전자신분증시대 외국인에게도 열리다
— 3만동 현금 필수 —

“정말 15분이면 끝나나요?”

지난 27일 오후 3시 50분경, 호찌민시(Ho Chi Minh City) 3군에 위치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앞. 이미 10여 명의 외국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베트남 정부가 7월부터 의무화한 VNeID(전자신분증) 발급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뭘 하는 거예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당황했다. 안내 데스크도, 번호표 기계도 보이지 않았다. 몇 명의 베트남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외국인들에게 별다른 안내는 없었다.
“Excuse me, where should I go for VNeID?”(VNeID는 어디서 발급받나요?)
다행히 옆에서 기다리던 외국인이 도움을 줬다. “먼저 저기서 사진비 3만 동을 내야 해요. 그 다음에…” 그는 이미 두 번째 방문이라며 능숙하게 절차를 설명해줬다.

A → B → C → D, 마치 미로 같은 발급 과정

(도표화한 과정 출처:https://hcmwill.tistory.com/entry/vneid)

실제 발급 과정

1단계(A 지점)

사진비 3만 동(약 1,500원)을 사진에 보이는 곳에서 내야 한다. 현금만 받는다. 이곳에서 영수증 같은 종이를 받는다.

2단계(B 지점)
방금 받은 영수증 종이와 여권을 제출하고 사진 촬영. 의외로 까다로웠다. “조금 더 오른쪽으로”, “턱을 살짝 들어주세요” 몇 번의 재촬영 끝에 겨우 통과했다.

3단계(C 지점)
핵심은 여기서부터다. 휴대폰으로 1414에 ‘TTTB+여권번호’를 문자 발송해야 한다. 예를 들어 ‘TTTB M12345678’ 형식이다. 몇 분 뒤 회신 문자가 오는데, 이를 사진속 담당자에게 보여주면 번호표와 신청서를 준다.(8월 부터는 본 단계는 생략됐다는 소문이 많다)

4단계(D 지점)
최종 등록. 이곳에서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면 된다. 번호가 불리면 지문 등록과 개인정보 입력을 한다.

문제는 ‘본인명의 휴대폰’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3단계에서였다. 앞에 서 있던 외국인이 갑자기 화를 내며 나가는 것을 봤다.
“What happened?”(무슨 일이에요?)라고 물으니, 옆의 사람이 설명해줬다. “휴대폰이 본인 명의가 아니라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회사 명의로 되어 있었나 봐요.”
실제로 담당자는 문자 회신을 통해 신청자의 신원을 확인한다. 타인 명의 휴대폰으로는 절대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지문 등록에서 또 한 번 멘붕

D 지점에서 마지막 단계인 지문 등록을 할 때도 문제가 생겼다. 컴퓨터와 지문 스캐너 연결이 계속 끊어져 “삐-” 소리만 날 뿐 인식이 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은 베트남어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컴퓨터를 재부팅했다. 5분 뒤 다시 시도. 이번에는 성공했다. 양손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을 차례로 스캔했다.
“신분증에 서명해주세요.” 마지막에 출력된 서류에 서명을 했다. 베트남에서는 서명과 함께 정자로 풀네임을 적어야 한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실제로는 2시간

입구에서 만난 외국인이 말한 “15분이면 끝난다”는 것은 순수 발급 시간이었다. 실제로는 대기시간까지 포함해 총 2시간이 걸렸다.
오후4시에 도착해서 5시 30분경 나왔다. 사람많은 오전에 온다면 더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발급 후 실제 사용해보니

다음날공안에서 문자가 왔다. 아이디를 알려주는 문자였다. 이 후 바로 VNeID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해봤다. 암호는 최소 8자에서 최대 20자까지, 숫자·대문자·소문자·특수문자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앱을 열어보니 여권과 임시거주증(Thẻ tạm trú) 정보만 표시됐다. 의료보험이나 면허증 같은 다른 정보는 없었다.
그래도 이제 여권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며칠 후 은행에서 VNeID로 본인 인증을 했는데, 기존보다 훨씬 간편했다.

발급 받으러 가기 전 체크리스트
● 여권
● 임시거주증 또는 영구거주증
● 본인명의 휴대폰(필수!)
● 현금 3만 동
● 오전 일찍 방문 권장

베트남 공안부(Ministry of Public Security)는 향후 VNeID를 의료보험, 운전면허증 등과 연계해 통합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귀찮더라도 미리 발급받아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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