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의식 변화 절실”
“베트남은 아름답지만 깨끗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회자되는 이 말이 베트남 정부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Vnexpress지가 5일 보도했다.
최근 베트남 출신으로 스위스(Switzerland) 취리히(Zurich)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류빈또안(Luu Vinh Toan)씨가 기고한 글이 베트남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청결이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라며 베트남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류씨는 “스위스에서는 35리터 쓰레기봉투 하나를 버리는 데도 2프랑(약 3천원)의 환경보호세가 든다”며 “하지만 이런 비용이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라는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베트남의 환경 현실은 심각하다.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고형폐기물의 73.5%가 기본 위생기준에 미달하는 노천 매립지에 버려진다. 전국 458개 매립지 중 337개가 위생기준에 미달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베트남이 플라스틱 폐기물 오염으로 전 세계 상위 5개국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연간 183만톤의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며, 플라스틱 폐기물의 75%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매년 2천300만톤의 생활폐기물과 700만톤의 산업폐기물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이 부적절하게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류씨는 “경제발전 먼저, 환경은 나중에”라는 구태의식이 베트남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쓰레기통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업무에서 세심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며 개인의 청결 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베트남 관광업계도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현지 관광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베트남의 자연경관에는 감탄하지만 도시 위생 상태 때문에 재방문을 꺼린다”고 토로했다.
류씨는 해외 성공 사례로 싱가포르(Singapore)와 일본(Japan), 뉴질랜드(New Zealand)를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1968년부터 ‘Keep Singapore Clean’ 캠페인을 벌여 청결을 국가 브랜드로 만들었고, 일본은 도쿄(Tokyo)에서 담배꽁초 하나 찾기가 3일이나 걸릴 정도로 청결이 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뉴질랜드의 ‘100% Pure New Zealand’ 브랜드 전략은 25년간 환경 순수성을 바탕으로 생태관광과 프리미엄 농축산물 수출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위생에 투자하는 1달러당 의료비 절감, 생산성 증대, 관광업 발전을 통해 5∼7달러의 경제적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분석됐다.
베트남 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에 동감하며 최근 환경 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지만 더럽다”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이제 빈곤에서 벗어났으니 청결을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베트남 환경 정책 전문가는 “청결은 피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규율 있고 책임감 있는 사회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 의식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씨의 기고문은 베트남 사회에 “깨끗한 국가는 깨끗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청결을 통한 국가 이미지 개선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Vnexpress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