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시 1군 중심가에 위치한 한화생명 베트남 사옥. 도지타워(Doji Tower) 6층 한편에서 베트남 보험 시장을 내려다보는 황준환(48) 법인장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2022년 말 터진 대형 보험 스캔들로 시장 전체가 얼어붙었지만, 그는 오히려 기회로 봤다고 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부임 3년차에 누적 흑자 달성과 본사 배당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그를 만나 베트남 보험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언제 베트남에 부임하게 됐나?
“2022년에 왔습니다. 지금이 2025년 7월이니 부임한지 3년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저는 한화생명 베트남과 오랫동안 연을 맺어왔습니다. 2007년 한화생명 베트남 설립 업무에 참여하였고 회사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2008년까지 베트남에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오피스 빌딩 구하는 것부터직원 채용하는 것이 제 주요 업무였습니다. 제가 떠날 때에는 직원 수가 50명 정도 밖에 안 됐었습니다.” “제가 다시 베트남이 왔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임직원이 지금 550명이니까 10배가 넘고, 매출도 10배 이상 성장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임한 2022년은 베트남 보험 시장에 큰 위기가 닥친 해이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었나?
“2022년 말 어떤 생명보험회사의 방카슈랑스(bancassurance) 채널에서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당시 베트남 현지 S은행에서 뱅크런 이슈가 있었고, 은행 고객이 본인 예금을 확인하러 은행지점에 방문했더니 ‘당신은 가입한 예금이 없고 그 보험사의 보험상품에 가입되어있다’고 답변을 받은 고객이 넘쳐났습니다. 쉽게 말하면 불완전 판매를 한 거죠. 예금을 가입하러 온 고객한테 보험을 판매한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2023년 초에는 모 여배우가 A생명 보험사에서 당한 불완전 판매 피해를 울면서 라이브 스트림으로 폭로하였습니다. 이 두 사건이 겹치면서 베트남에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신규 판매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했습니다.”
“2023년에는 신규 판매액이 2022년 대비 마이너스 50%, 2024년도에도 23년 대비 마이너스 20% 가까이 감소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2022년 대비하면 시장 신규 판매가 70% 이상 감소한 상황입니다. 저희 회사도 신계약이 50% 이상 감소하여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고객 최우선으로 완전판매 실천을 강조하면서 효율경영에 집중했습니다. 2023년에 2000년도부터 누적된 적자를 완전 해소했고, 2024년에는 한국 보험사 최초로 배당을 실시하였습니다. 현재는 총자산이 1조원을 돌파해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 사례 중 유일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고객 중심 경영으로 보험계약 유지율을 업계 최고 수준인 60%까지 끌어올렸고, 1조원에 달하는 총자산의 효과적인 투자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수익 367억원을 달성하였습니다. 매년 300~4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 보험 시장 구조는?
“생명보험사가 총 18개 있는데, TOP 5 중 1위는 베트남 재무부 자회사인 바오비엣이고, 그 다음에 이 나라 보험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보험회사인 프루덴셜, 메뉴라이프입니다. 1999년부터 진출하였으니 이 나라 보험 시장 생겼을 때부터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AIA, 다이치생명입니다. 이 5개사가 거의 철옹성처럼 60~70% 점유율을 차지하고, 나머지 13개사가 30%를 나눠가지고 있으니 top 5의 영향력이 사실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지금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2.5% 정도인데, TOP 5에 들어간다는 건 정말 챌린징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현지인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보험료의 수준은 연간 한국 돈으로 100만원 입니다. 작지 않은 돈이죠.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고 회사는 베트남 법률과 규제를 따라서 고객을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약관은 어렵고, 고객의 인생 여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계약 특성상 계약기간이 10년이상 긴 계약기간으로 보험가입은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한 컨설팅이 필수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추구하지만 결국 계약을 마무리하는 클로징은 FC(보험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서 신뢰를 바탕으로 컨설팅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AI가 좋은 상품을 추천한다고 해도 보험계약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로 이뤄집니다.”
보험 가입 절차도 많이 까다로워졌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예전에는 한국 고객분들은 여권, 거주증만 있으면 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고베트남 고객은 신분증만 있으면 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베트남 금융당국에서 보험회사에 고객보호 절차를 강화하여 보험판매 절차를 녹음하여 보관하고, 고객에 완전 판매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고객님들이 변액 상품에 가입할 때 투자 위험 설명을 제대로 들었는지도 확인하고, 개인정보이용 동의서 및 개인인증번호 제공 등 베트남 보험가입절차 규제가 복잡해졌습니다. FC(Financial Consultant, 보험설계사)들은 고객님들에게 하나의 보험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2~3번 고객님들 찾아가야 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방카슈랑스 시장은 어떻게 변했나?
“과거에는 ‘대출 꺾기’라고 해서 대출받을 때 보험 들면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영업했었습니다.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일부 자금으로 보험을 가입하게 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보험판매에 대해서 과거에는 규제가 없었다가 현재는 법으로 막혔습니다. 2022년까지만 해도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되는 물량이 훨씬 많았는데 이게 역전됐었고 현재는 방카슈랑스가 많이 하락하였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방카슈랑스를 하려면 독점 계약을 맺고 선지급 수수료를 은행에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 규모가 최소 2000억원에서 5000억원에 달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보험회사들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고객보호를 실천하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좌시하게 환경이 조성된 것 같습니다. 저희는 그런 독점적인 형태를 하지 않고 현재 두 개의 로컬은행인 끼엔롱뱅크(Kien Long Bank), 비엣뱅크(Viet Bank)와 비독점 파트너십을 체결해서 보험상품을 판매해오고 있습니다. 고객 신뢰에 최우선하는 은행이 있다면 저희는 적극적으로 파트너 영입 및 독점 방카슈랑스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저희 회사의 방카슈랑스 채널과 기타 파트너쉽 채널에서는 전체 신규 판매 물량 중 10~15% 정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지화 전략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언론에서는 ‘법인장 포함 4명’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직관적인 표현일 뿐입니다. 저희는 현지인 임원팀장 미팅을 월 단위로 운영하고 있으며, “투자 의사결정, 채널 전략, 월간 판매 실적 공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AI전략 방안 등이 모두 여기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임직원들이 편하게 베트남어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고 주요 아젠다를저에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20~30년 계신 베트남 임직원들이 저보다 더 전문가이지 않겠습니까?. 우리 임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권한을 위임하는게 실질적인 현지화라고 생각합니다.”
AI 기반 디지털 혁신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화생명 본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AI 랩을 만들고 AI 기반 보험사로 전환하고 있어서 저희도 발맞춰 나가고 있습니다. 연말 출시 예정인 AI 애플리케이션은 고객의 나이, 소득, 거주지역 등을 종합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보험 상품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과거에는 미리 코딩된 스크립트에 따라 ’40대 남자면 가입해야할 보험’식으로 정해진 대로 보험상품이 추전되어왔다면, 이제는 실제 빅데이터와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연령대의 남자가 주로 걸리는 병은 무엇이고 중대한 질병은 무엇인지 알려주고, 현 소득 수준에서 최적의 보험료와 보장고객에게 필요하다’는 식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내부 업무 시스템도 AI로 바뀌고 있다고?
“문서전자결재시스템이 없었던 과거에는 각종 보고서, 기안을 편철해 놓고,필요한 경우 직원이 직접 서류를 뒤져 찾아야하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으로 업무 효율이 너무 낮았습니다. 그래서 문서전자결재시스템을 만들어 모든 문서를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필요한 임직원은 클라우드에서 키워드로 찾아서 쓰도록 하였습니다. 현재는 사내 시스템과 AI를 연결하여 임직원의 업무를 AI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직원이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업무 요청을 받았을 때, AI가 사규, 상품정보 또는 과거 연관 기록과 이슈를 요약하여 제공함으로써 직원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현재 당장 실감하고 있는 부분은 번역입니다.”
“베트남어로 된 문서 PDF 파일이든 사진이든 AI에 올려서 번역시키면, 일반 사람이 2시간 걸려 하던 번역을 1분 안에 완성해주고 번역된 표현도 한국인처럼 매우 매끄럽습니다. 저희 업무상 많은 관공서에서 오는 공문들이 다 베트남어로 돼 있는데, 사진 찍어서 올리고 ‘번역해줘’ 한마디만 치면 1분 안에 완벽하게 번역되어 나옵니다. 정말 써보지 않으셨으면 한번 써보시길 권합니다.”
베트남 노동시장의 특성상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을 텐데.
“여기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능력 없는 직원’으로 보는 문화예요. 호봉이라는 개념이 없고 한 회사 오래 다니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능력이 낮은 직원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부임 첫해에는 직원들에게 애정을 갖고 처우 개선을 많이 신경 썼기 때문에 이런 이직 문화에 적응이 안 돼서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문화를 인정하고 성과보상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직원들의 경쟁력 및 역량 강화에 회사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능력과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고 그에 걸맞는 보상을 통해서 우수 인재를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습니다.”
젊은 층 대상 디지털 상품 계획은?
“젊은 층의 디지털 수요는 많지만 전통 보험 상품에 대한 니즈는 낮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신입사원 때 한참 건강하고 병에 관심이 없는26~27살 청년들에게 아무리 지금 보험에 가입해야한다고 설득을 하지만 가입을 잘 안하지 않습니까? 특히 나이가 들면서 니즈를 깨닫는 보장성 보험은 다소 비싸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 보험상품을 구입하려는 동기가 매우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회사는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보험만 가입할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의 보험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10개 모듈이 있으면 원하는 2개만 빼서 만들거나, 5개 조합해서 만들거나 하는 식이죠.”
한국인 대상 서비스는 어떤 특징이 있나?
“저희가 유일하게 코리안 데스크를 운영해요. 저희를 포함하여 베트남에는 3개의 한국 생명보험회사가 있습니다만, 코리안 데스크 운영하는 곳은 저희 밖에 없습니다. 보험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성실하고 믿을 만한 FC(보험설계사)를 제공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우리 한국 교민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 FC 코리안 데스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손보험의 장점은?
“저희 실손보험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만 빼고 한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 다 보장하는 옵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가입하신 실손보험이 있어도 중복 가입 문제가 없습니다. 한국은 실손보험 중복가입에 대해 보장하지 않아 두 개의 실손보험을 가입하여 두 배 많은 보험료를 납입하더라도 실손보장은 1개 보험과 같이 보장됩니다. 아파서 입원하고 수술하게 되면 한국 및 베트남을 포함 전 세계 어디서든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베트남에서도 한국 병원이나 국제병원에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받고 한화생명베트남 실손보험을 통해서 의료비 일부를 보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
2030년 목표가 연 1000억원 달성인데, 구체적인 전략은?
“베트남 생명보험사 TOP 5 진입이 목표입니다. 현재 시장점유율 2.5%에서 5~10% 수준으로 높이고자 합니다. 점포망을 현재 전국 120개에서 150개로 확대하고, 추가 독점 방카슈랑스 계약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현재와 같은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통해서 총자산 2조원 달성이 가시적이고 6% 정도되는 베트남 시중 금리를 감안했을 때 1200억원의 수익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고정비와 사업확장을 위한 투자를 감안하여도 2030년에는 연 1000억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한다면?
“현지화가 답입니다. 한국식 사고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베트남은 분명 기회의 땅이지만, 현지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노력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인사 관리 부분에서 한국과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해요. 이직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그걸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황준환 법인장은 “베트남 보험 시장의 신뢰 회복과 함께 한화생명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지화된 경영과 AI 혁신을 바탕으로 베트남 최고 수준의 보험사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에서 15년 전 맨손으로 시작했던 베트남 시장에 대한 애정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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