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파인다이닝의 새로운 장을 열다
호찌민시의 파인다이닝 씬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지난 5년간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고급 레스토랑의 성장이다.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파인다이닝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022년 미슐랭 가이드의 진출은 호찌민을 파인다이닝의 변방에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5월 16일과 17일, 호찌민 1군 Hotel Des Arts M Gallery에서 열린 ‘Melody of Tales’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행사였다. 더 알비온(The Albion)의 크리스토퍼 클라크(Christopher Clarke) 셰프와 서울 호텔 나루 M갤러리의 제이크 리(Jake Lee) 셰프가 처음으로 선보인 콜라보레이션 디너는 단순한 음식 이벤트를 넘어, 한국과 영국 요리 철학의 만남이었다.
한식의 본질을 지킨 모던 해석
6코스로 구성된 이번 디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이크 리 셰프의 한식 해석이었다. 파인다이닝에서 한국 요리가 자칫 원형을 잃기 쉬운 상황에서, 그의 요리는 한식의 본질을 고스란히 살려내는 탁월함을 보여줬다.
첫 번째로 선보인 ‘김 아마비’와 비빔밥에서 영감을 받은 나물 요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친숙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그다음에 나온 육회와 김부각은 압권이었다. 설명이 없어도 즉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한국적이면서도, 파인다이닝의 세련됨을 잃지 않는 절묘한 균형감을 보여줬다.
어만두와 애호박 요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묵처럼 보이지만 신선한 생선살의 식감이 살아있었고, 한국 가정식에서 친숙한 애호박과의 조화는 마치 맑은 대구탕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맛을 완성했다. 제이크 리 셰프 요리의 정점은 새우떡갈비와 백김치 버섯이었다. 메인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한식임을 알 수 있도록 제작된 이 요리는 돼지고기를 섞지 않은 순수한 소고기 떡갈비로, 한식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면서도 파인다이닝의 품격을 갖췄다.
모던 브리티시의 세련된 해석
크리스토퍼 클라크 셰프가 선보인 모던 유럽 요리 역시 인상적이었다. 토마토와 각종 야채를 활용한 라타투이 스타일의 요리에 바질 아이스크림을 더한 구성은 프랑스식 야채 요리의 까다로운 간 맞추기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바질 아이스크림의 자연스럽고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핵심 요소였다.
드라이 에이징 오리가슴살은 클래식한 요리의 모던한 재해석이 돋보였다. 전통적으로 오리의 피로 만든 그레이비 소스 대신 보라색 비트루트를 활용한 가벼운 소스를 사용한 것은 창의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접근이었다.
▲ 요리를 설명하는 크리스 쉐프
미식 외교의 새로운 가능성
정천우 주류 전문가가 제공한 맞춤형 칵테일 페어링과 함께 진행된 3시간의 식사는 단순한 만찬을 넘어 문화적 교류의 장이었다. 두 셰프의 협업은 각국 요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 이번 ‘Melody of Tales’는 호찌민 파인다이닝 씬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히 비싼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통한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소통의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 제공된 각종 음료수를 소개하는 정천우 주류전문가
▲ 요리를 설명하는 제이크 리 쉐프
하늘 위의 식당, 도시를 내려다보는 미식공간The Albion
Hotel des Arts Saigon M갤러리 컬렉션의 23층에 위치한 The Albion by Kirk Westaway는 호찌민시 파인다이닝 씬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 뷰와 함께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하는 이곳은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완벽한 교차점이다.
▲ 알비온의 리더인 커크 웨스트어웨이 쉐프
미슐랭 2스타 셰프의 새로운 도전
The Albion을 이끄는 것은 싱가포르 ‘Jaan by Kirk Westaway’에서 미슐랭 2스타를 획득한 커크 웨스터웨이(Kirk Westaway) 셰프다. “Reinventing British” 요리의 비전가로 불리는 그는 호찌민에서 첫 번째 캐주얼 다이닝 경험을 선보이고 있다. 그와 함께 주방을 이끄는 크리스토퍼 클라크 셰프는 웨스터웨이의 오랜 친구이자 영국 최고 레스토랑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디자인: 과거와 현재의 조화
The Albion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사적인 영국식 바와 풍부한 나무 패널이다. 손님들은 이곳에서 상쾌한 칵테일로 식사를 시작하며, 기억에 남을 순간의 서막을 연다.
이전 소셜 클럽 레스토랑이었던 60석 규모의 식당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쳤다. 앤티크한 터치와 현대적 액센트가 만나고, 풍부한 벽지와 다양한 텍스처가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마블 카운터톱으로 세심하게 구분된 공간들은 다양한 모임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 무성한 인테리어는 도시의 파노라마 뷰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밝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베트남에서 만나는 모던 브리티시
커크 웨스터웨이와 크리스토퍼 클라크 셰프는 베트남에서는 보기 드문 모던 브리티시 요리를 선보인다. 달랏의 유기농 농장에서 조달한 신선한 재료와 전 세계에서 엄선한 식자재를 활용해 깨끗하고 밝은 풍미를 구현한다. 메뉴의 핵심은 셰어링을 위한 풍성한 플래터들이다. 칵테일 소스와 함께 제공되는 랑구스틴, 민트를 곁들인 로스트 램, 홀스래디쉬 크림과 함께하는 로스트 비프, 달콤하게 바비큐한 양배추와 함께 제공되는 로스트 스캘럽, 그리고 신선한 바질을 올린 프리미엄 토마토 샐러드까지. 일본산 신선한 어패류와 굴을 포함한 다양한 시푸드는 아름다운 심플함으로 제공된다.
미슐랭 2스타 셰프의 철학이 담긴 요리와 세련된 공간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을 통한 문화적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 The Albion은 호찌민 미식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알비온에 방문할려면 다음 주소와 연락처 혹은 웹사이트에 방문하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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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lbion by Kirk Westaway
주소: 23th floor Hotel des Arts Saigon, 76-78 Nguyen Thi Minh Khai, Dist 3, HCMC
전화번호: 028 3989 8888 | 팩스: 028 3985 9999
웹사이트: hoteldesartssaigon.com | 이메일: h9231@accor.com | 운영시간: 월요일~토요일 17:30~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