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연료비, 항공업계의 불안정성이 겹치면서 미국인들이 해외나 장거리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집 근처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1일 현지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콜린 크룩(51)씨 가족은 최근 하와이 여행 취소를 고민 중이다. 이미 멕시코 칸쿤 여행을 치안 문제로 포기했던 그는 이번 하와이 마우이 여행 역시 유연한 환불 조건을 걸어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불규칙한 수입을 관리해야 하는 그에게 최근의 경제 상황은 매달 지출을 꼼꼼히 따지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전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동 분쟁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유가를 끌어올려 항공료와 자차 운행 비용을 모두 상승시켰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또한 해외 주요 관광지의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과 복잡한 국제 정세도 미국인들이 국경을 넘는 것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대신 미국인들은 자국 내에서 즐길 거리를 찾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11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은 프랑스 등 해외로 나가는 대신 현지에서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집 근처에서 캠핑을 하거나 지역 명소를 찾는 방식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안전과 여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통계 자료 역시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시리움(Cirium)의 분석에 따르면 올여름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권 예약은 지난해보다 11% 감소했다. 유고브(YouGov)의 조사에서도 해외여행을 즐기던 응답자의 43%가 경제적 불안과 비용 상승을 이유로 여행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이 자동차 여행(Road Trip)의 해였다면, 2026년은 스테이케이션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름값 상승세도 여행객들의 발을 묶는 주요 원인이다. 가스버디(GasBuddy)의 분석가 패트릭 드 한은 “지난 한 달 동안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1달러나 올랐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갤런당 4~6달러에 달하는 주유비 부담을 느낀 이들이 장거리 운전 대신 집 근처 휴양지를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즈니 월드나 그랜드 캐니언 같은 미국 내 주요 관광지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은 줄어들고 내국인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대기 시간이 단축되고 현지인을 위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행했던 스테이케이션 열풍이 2026년 현재 다시 재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