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별점 뒤에 숨겨진 ‘폭력의 대물림’

미슐랭 별점 뒤에 숨겨진 '폭력의 대물림'

출처: VnExpress Travel
날짜: 2026. 3. 29.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덴마크 ‘노마(Noma)’의 셰프 레네 레제피가 직원들에 대한 부적절한 행위를 사과하고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미슐랭 스타 식당들의 화려한 주방 뒤에 감춰진 가혹한 폭력 문화가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북유럽 음식 혁명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레제피는 직원들을 벽으로 밀치거나 주방 도구를 이용해 신체적 위해를 가했다는 의혹을 인정하며 정점에서 내려오게 됐다.

영국 카디프 경영대학원의 로빈 버로우 박사와 레베카 스콧 박사가 2022년 발표한 ‘주방의 신체: 폭력과 미슐랭 스타 셰프’ 연구에 따르면, 고가 레스토랑 주방에서의 폭력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교육의 일환으로 정상화되어 있다. 연구에 참여한 한 요리사는 실수를 할 때마다 얼굴에 음식이 날아오는 것을 견뎌야 했으며, 출근 전 극도의 공포로 인해 매번 구토를 하는 등 주방을 전쟁터처럼 느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군대식 ‘브리게이드(Brigade)’ 시스템은 19세기 말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현재는 절대적인 권력 위계 속에서 가혹 행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대중 매체가 주방 내 폭력을 오락으로 소비하며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헬스 키친’의 고든 램지처럼 분노를 쏟아내는 셰프의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완벽을 위한 열정’으로 포장되면서 실제 현장의 학대 행위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영국 요리사 노동조합인 ‘유니셰프(Unichef)’는 직원을 학대하는 식당에 대해 미슐랭 별점을 박탈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젊은 요리사들이 더 이상 도제식 교육이라는 명목하의 부당한 대우를 참지 않으면서 업계가 구조적인 변화를 압박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노마의 스캔들 이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주요 파트너사들이 협력 관계를 단절하는 등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개인의 사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담보로 완벽함을 생산해내는 기존의 경영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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