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요 국가로 급부상하며 미국 전략 연구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베트남 군대공업통신그룹(Viettel, 이하 비엣텔)이 추진 중인 32나노미터(nm) 칩 설계 및 생산 프로젝트가 베트남 반도체 자급화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았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소재 정책 연구소인 유럽정책분석센터(CEPA)가 발행하는 온라인 기술 정책 잡지 ‘밴드위드(Bandwidth)’는 최근 분석 기사를 통해 베트남과 아일랜드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지목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 크리스토퍼 사이테라(Christopher Cytera)는 이번 기고문에서 “어느 한 국가도 반도체 생산의 전 과정을 독점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베트남과 같은 특화된 거점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아일랜드가 설계와 연구센터 분야를 선도한다면, 베트남은 반도체 제조의 최종 단계인 패키징 및 테스트(OSAT)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암코(Amkor)가 박닌성에 약 16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는 등 글로벌 자본의 유입이 활발한 가운데, 베트남 로컬 기업인 비엣텔의 행보도 눈에 띈다.
비엣텔은 2026년 1월 하노이 호아락(Hoa Lac) 하이테크 파크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이곳은 32nm 공정의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비엣텔의 프로젝트가 세계 최첨단 공정과는 기술적 격차가 있으나, 핵심 기술을 단계적으로 국산화하려는 현실적이고 토대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에 발맞춰 2030년까지 설계 엔지니어 5만 명을 양성하고, 2040년까지 반도체 전문 인력을 10만 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편 지구 반대편의 아일랜드는 ‘실리콘 아일랜드’ 전략을 통해 다국적 기업의 본부와 설계 센터, 대규모 생산 기지를 유치하고 있다. 인텔은 아일랜드 레이슬립(Leixlip) 단지에 120억 유로를 투입해 유럽 내 주력 생산 거점으로 육성 중이며, 아날로그 디바이스(Analog Devices)도 리머릭에 6억 3,000만 유로 규모의 R&D 및 제조 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내 기존 패키징 거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전력 및 용수 인프라의 지속적인 개선과 고숙련 인력 공급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글로벌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베트남의 첨단 패키징 시설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글로벌 시장의 실무 수요와 연계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