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최고의 원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팜찌란(Pham Chi Lan) 전 베트남상공회의소(VCCI) 부회장이 베트남의 ‘도이머이(Doi moi) 2.0’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제도 개혁과 민간 경제 육성이라고 역설했다.
1966년 하노이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수십 년간 VCCI에 몸담은 팜찌란은 1996∼2006년 총리 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하며 1986년 도이머이 이후 거의 모든 주요 경제 정책 전환을 직접 목격하고 참여한 인물이다.
그는 “1986년 개혁 당시 지도부가 사익보다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시장경제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1999년 기업법 제정이 결정적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하며, ‘허가된 것만 할 수 있다’에서 ‘금지되지 않은 것은 모두 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의 전환이 민간 부문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민간 부문 대신 국영 기업에 자원을 집중한 것은 값비싼 교훈을 남긴 정책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신화 속 영웅 ‘탄지옹(Thanh Giong)’의 비유를 통해 그는 민간 경제의 거인이 탄생하려면 왕(국가)이 인재를 구하는 사절단을 사방으로 보내고, 마을 전체가 힘을 합쳐 먹을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서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인재를 키울 수 없다는 의미다.
또럼(To Lam) 총서기가 ‘제도가 모든 병목의 병목’이라고 선언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그는 현재 국회가 입법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실행 가능성·안정성·투명성·예측 가능성 등 법률이 갖춰야 할 핵심 덕목이 유지돼야 한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베트남에서 가장 긴 거리는 아이남관(Ai Nam Quan)에서 무이까마우(Mui Ca Mau)까지가 아니라, 말하는 것과 실제로 실행하는 것 사이의 거리”라는 그의 말은 정책 실행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원 배분과 관련해서는 호찌민시, 하노이, 다낭(Da Nang) 등 주요 경제 중심지의 병목 해소에 우선 집중하고, 기업도 가장 강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1986년 개혁 직전과 유사하다며 낙관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독립, 주권, 자립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두 번째 도이머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창의성, 품질,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이해가 깊다. 제도적 환경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베트남의 발전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