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대도시의 아파트 시장이 고가형 프리미엄 세그먼트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25일 베트남 부동산중개인협회(VARS)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m²당 1억 동(한화 약 540만 원) 이상인 고가 아파트 공급 비중이 전년 대비 약 10배 가까이 폭증하며 시장의 ‘럭셔리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VARS는 2025년 출시된 전체 신규 주택 공급의 62%가 아파트이며, 이 중 약 25%에 달하는 2만여 가구가 m²당 1억 동 이상의 가격표를 달았다고 밝혔다. 특히 하노이와 호찌민시 등 양대 대도시의 경우 신규 아파트 공급의 85%가 m²당 8,000만 동을 상회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의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CBRE 베트남은 지난 1년간 하노이와 호찌민의 분양가가 35~45% 상승했으며, 신규 공급의 70%가 하이엔드 이상급이라고 분석했다. 나이트프랭크 베트남 역시 호찌민과 하노이의 평균 분양가가 m²당 9,000만~9,600만 동에 육박하며, 신규 물량 10채 중 6채는 1억 동이 넘는다고 보고했다. 반면 30억 동 이하의 저가형 주택 비중은 2016년 60%에서 지난해 12% 미만으로 급감하며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러한 공급 쏠림 현상은 베트남의 견고한 경제 성장과 고소득층 확대에 기인한다. ‘2025 글로벌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베트남 내 자산 1,0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자산가는 5,459명으로 동남아시아 6위를 기록했다. 기업가, 테크 창업자, 외국인 전문가 등의 수요가 럭셔리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에이비슨영 베트남의 데이비드 잭슨 총지배인은 도심 내 택지 부족과 개발 비용 상승으로 인해 개발사들이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불균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CBRE 베트남의 보 후인 뚜안 끼엣 이사는 현재 거래의 대부분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수요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서민의 부담 능력을 초과한 가격 형성은 향후 하이엔드 부문의 공급 과잉과 유동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당국이 공급 조절과 인프라 개발을 통해 고가주택 과잉과 저가주택 부족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적절한 지원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주택 가격이 계속 고점에 머물며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