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서 위안화 결제 선박 통행 허용 검토…70년 페트로달러 체제 흔들리나

이란, 호르무즈서 위안화 결제 선박 통행 허용 검토…70년 페트로달러 체제 흔들리나

출처: Cafef
날짜: 2026. 3. 21.

이란이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유조선에 한해 통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70년 이상 지속돼 온 페트로달러(petrodollar) 체제의 균열 가능성이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타임스(Islamabad Times)는 이란이 위안화 결제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허용하는 한편 여타 선박은 계속 봉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등 주요 매체들이 전문가 분석을 내놓을 만큼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은 3월 초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로, 아시아 주요 수입국들은 비상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일본 해운사들은 해협 인근 운항을 일시 중단했으며, 한국 정유사들도 공급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공급 문제를 넘어 국제 기축통화 질서 재편이라는 더 큰 지각변동과 맞닿아 있다. 1970년대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 붕괴 이후 구축된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원유 거래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금융 패권과 경제제재 이행 능력을 뒷받침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외환 보유액의 약 58%가 달러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달러의 비중은 이미 축소 추세다. 전 세계 외환 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2008년 71%에서 2025년 11월 기준 56.3%로 줄었다. 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 국채 보유액을 1조3,000억 달러에서 6,820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축소하면서 위안화 기반 무역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도 중국과의 석유 거래를 위안화와 루블화로 전환해 사실상 달러 없는 교역 구조를 완성했다.

이란산 원유의 약 90%를 수입하는 중국은 이미 이란과의 거래를 위안화 기반의 대체 채널을 통해 결제하고 있으며, 일부 유조선들은 서방 은행 네트워크 대신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 시스템인 씨아이피에스(CIPS)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베이징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위안화 국제화, 이른바 페트로위안(petroyuan) 구상에 실질적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실적 제약도 지적하고 있다. 복잡한 해운 계약 구조에서 위안화 결제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기가 쉽지 않으며, 이에 응하는 기업들이 미국의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콜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제프리 프리든(Jeffry Frieden) 정치학 교수는 다보스포럼(Davos Forum)에서 “달러에 대한 신뢰 잠식이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 국채의 ‘세계 최고 안전 자산’으로서의 지위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패권이 단기간에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호르무즈 사태가 다극화된 국제 금융 질서 형성을 앞당기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About hanyoungmin

hanyoungmin

Check Also

베트남 정부, 유가 15% 이상 급등 시 즉시 조정 허용…에너지 시장 대응 강화

베트남 정부가 중동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국내 유가 조정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새로운 결의를 발표했다.

답글 남기기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