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명문대인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의 전직 교수가 대학원 입학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면서, 국제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홍콩 고등교육계의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홍콩 염정공서(ICAC)는 지난 17일 HKUST 해양과학과 전 석좌교수 리우 홍빈(63)과 그의 지인 람 푸이링(60)을 뇌물 수수 및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리우 전 교수는 2025-26학년도 환경보건안전 석사과정 책임자로서 지원자 심사와 면접을 담당하던 지난해 3월에서 5월 사이, 특정 학생의 합격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인 람 씨로부터 4만 홍콩달러(약 700만 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해당 지원자는 기본 입학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리우 전 교수는 이후 입학처 직원 2명에게 각각 5,000 홍콩달러와 1,000 홍콩달러가 든 돈봉투를 건네며 재차 개입을 시도했으나, 직원들이 이를 거절하고 대학 측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2026년 QS 세계 대학 순위 44위에 오른 HKUST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했다”고 밝혔다. 현재 리우 전 교수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로 관통(Kwun Tong) 치안법원에 출두해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홍콩 대학가가 사상 초유의 입시 부정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파장이 더 크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만 각 대학에서 접수된 학력 위조 의심 사례가 126건에 달한다. 앞서 2024년 중반 홍콩대학교(HKU) 경영대학원에서는 위조 서류로 입학한 사례 30여 건이 한꺼번에 적발됐으며, 홍콩중문대학교(CUHK) 역시 2025-26학년도 지원 과정에서 수백 건의 허위 신청을 걸러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부정 입시 배후에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샤오홍슈 등에서 최대 50만 위안(약 9,500만 원)을 받고 합격을 보장한다는 브로커 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에서 학력 위조는 최대 1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현재 홍콩 정부는 국제 교육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2026-27학년도부터 공립대학의 비현지인 학생 비율 상한선을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며 공격적인 유치 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일대일로’ 참여국 학생들을 집중 공략 중인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이번 입시 비리는 홍콩 교육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ICAC는 “청렴성은 교육 부문의 근간이자 국제 교육 허브로서 홍콩의 야심을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며 모든 공립대의 입학 절차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