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이 평생 빛나지 않으면 어쩌지?” 베트남 청년들 사이에서 이 한 문장이 수십만 명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랑선성(Lang Son) 출신 23세 찌에우쑤언닌(Trieu Xuan Ninh)은 하루 16∼18시간씩 오토바이 택시를 몰다 안면신경 마비(7번 뇌신경)로 입원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그는 학비와 방세를 마련하기 위해 식당 서빙,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 배달 라이더 등 여러 일을 전전하다 올해 초 은행 대출로 차를 구입해 택시 기사로 나섰다. “또래들이 승진하고 집을 사는 모습을 보면 내 인생은 언제 빛날까 싶다. 평생 빚을 갚으며 도로 위를 달리는 운전기사로 살게 될 것 같다”고 그는 토로했다.
이 같은 감정이 폭발적으로 번진 계기는 20세 청년 응우옌띠엔민(Nguyen Tien Minh)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이었다. 길가에 주저앉아 우는 배달원 사진과 함께 “평생 빛나지 못하는 삶”이라는 문구를 올린 게시물은 며칠 만에 50만 건 이상의 반응을 얻었고, 5만 명 이상이 이 문구를 빌려 저마다의 피로와 좌절을 고백했다.
번아웃은 육체노동자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호찌민시(Ho Chi Minh City) 외국계 기업 경리로 일하는 28세 황옌(Hoang Yen)은 월급 1,500만 동(VND)을 받으며 야근과 주말 작업을 반복하다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모래알처럼 작은 존재가 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베트남 청소년의 20%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이 15∼27세 연령층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 기관 닐슨아이큐(NielsenIQ)의 Z세대 생활 방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또래와의 비교에서 극심한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노이 베트남국립대학교 교육대학(University of Education, Vietnam National University, Hanoi) 쩐탄남(Tran Thanh Nam) 부총장은 “오늘날 청년들은 이중 압박에 놓여 있다. 동아시아 문화권의 ‘자식이 부모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관념과 디지털 환경에서 끊임없이 노출되는 성공 사례가 맞물려 극심한 사회적 비교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3세에 미디어 회사 대표를 지냈던 개인 발전 코치 부이껌반(Bui Cam Van)은 “27세에 가정 위기와 과중한 업무가 겹치면서 번아웃을 경험했다. 6개월의 심리 치료 끝에 빛남이란 직함이나 명패가 아니라 온전한 정신 건강, 가족과의 식사, 정직한 노동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곧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쩐탄남 부총장은 “압박을 주는 콘텐츠를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감사 일기 쓰기 등을 통해 긍정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평범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타인의 시선 없이 진정성 있게 살아갈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 위 밤새 핸들을 잡으며 긴 고민 끝에 자신만의 답을 찾은 쑤언닌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영광이 꼭 수억 원을 버는 것은 아니다. 지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정직하게 일하며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그 버텨내는 힘이 나만의 빛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