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낙원 몰디브에서 달콤한 허니문을 즐기던 한 신혼부부의 일상이 중동발 전운(戰雲)에 휩쓸려 3주간의 악몽으로 변했다. 18일 외신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시모나 무수와 딘 쉬퍼스 부부는 지난 2월 22일 몰디브에 도착해 꿈같은 해변 결혼식을 올렸으나, 28일 발생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귀국길이 막히며 고립됐다.
이들 부부는 당초 일주일간의 휴양을 계획했으나, 항공편이 무려 5차례나 취소되면서 예정보다 3배나 긴 시간을 몰디브에서 보내야 했다. 특히 카타르 항공의 경우 지난 7일부터 11일 사이 전체 항공편의 69~81%가 취소되는 등 극심한 운영 차질을 빚으며 이들의 발을 묶었다. 부부는 1인당 3,000달러가 넘는 편도 항공권이나 56시간이 소요되는 경유 노선 사이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경제적 손실도 막대했다. 여행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부부는 신용카드 부가 보험에 의존하며 Maafushi 섬의 저렴한 호텔로 숙소를 옮겨야 했고, 현재까지 추가 체류 비용으로만 약 7,000달러(한화 약 930만 원)를 지출했다. 시모나 씨는 창문조차 없는 비좁은 방에 머물 당시를 회상하며 “마치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항공 위기로 기록되고 있다.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Cirium)의 13일자 데이터에 따르면, 중동 분쟁 발생 이후 해당 지역에서만 약 5만 2,0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되어 600만 명의 승객이 피해를 입었다.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 등 전 세계 유럽-아시아 노선 승객 5명 중 1명이 이용하던 핵심 허브들이 마비되면서 글로벌 물류망 전반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부는 지난 13일 오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경유하는 25시간 일정의 귀국 항공권을 1인당 980달러에 예매하는 데 성공했다. 분쟁 지역 인근을 비행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크지만, 부부는 “집에 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절실한 심경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여행객들에게 반드시 포괄적인 여행 보험 가입과 실시간 항공 정보 확인을 당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