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 문턱을 10조 동(한화 약 5,300억 원)으로 설정하면서, 거대 금융 생태계를 등에 업은 ‘빅2’와 이를 뒤쫓는 추격자들 간의 자본 확충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행령(Resolution 05/2025/NQ-CP)이 제시한 엄격한 재무 기준이 시장의 강력한 ‘필터’ 역할을 하며 기업들의 자본 동원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현재 자본금 10조 동 고지를 선점한 기업은 빔익스체인지(Vimexchange)와 씨에이엑스(CAEX) 두 곳이다. 비메디멕스 제약 그룹이 지분 50%를 보유한 빔익스체인지는 2025년 6월 설립 당시부터 10조 동의 자본금을 확정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VP은행 생태계에 속한 CAEX 역시 지난 2월 말 자본금을 기존 250억 동에서 10조 동으로 400배 이상 증액하며 요건을 충족했다. 여기에는 린키디(LynkiD) 플랫폼과 VP은행 증권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1조 동(한화 약 530억 원)대 자본금을 보유한 중견 그룹의 추격도 매섭다. VIX증권 계열의 빅스엑스(VIXEX)와 SSI증권의 SSI디지털이 각각 1조 동의 자본금을 유지하며 기술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썬그룹(Sun Group)이 64%의 지분을 보유한 베트남 디지털자산 합동주식회사가 1조 동 규모로 시장에 신규 진입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들은 현재 국제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시범 운영 단계를 준비 중이다.
하위권에서는 소비코(Sovico) 그룹 계열의 HDEX(3,000억 동), 테콤뱅크 계열의 TCEX(1,010억 동)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자본금이 20억 동에 불과한 DNEX의 경우, 전략적 투자 유치를 통해 10조 동 달성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증자 계획을 실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본금 장벽을 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비엣캡(Vietcap) 증권은 10조 동의 최소 자본금 유지 비용과 보안 및 자금세탁방지(AML) 준수에 따르는 복잡한 운영비가 현재의 자원 배분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 경쟁이 단순히 기술적 도약을 넘어, 베트남 내 기업 생태계가 장기적인 대규모 자본 흐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대형 금융 그룹만의 잔치로 끝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