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조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베트남이 신흥 금융 모델을 통해 국제금융센터(IFC) 건립의 결정적 기회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싱가포르계 핀테크 그룹 히드라 X(Hydra X)의 팜 응우옌 타인 탐 부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강점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 자산, 녹색 금융 등 최신 트렌드를 초기 설계 단계부터 반영할 수 있는 ‘후발 주자의 이점’을 꼽았다.
탐 부사장은 베트남이 기존 금융 허브를 답습하기보다 신기술과 디지털 인프라를 결합한 현대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인센티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신뢰(Institutional Trust)와 집행 역량이라고 지적했다. 신뢰는 단순히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일관된 시스템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음을 증명할 때 쌓인다는 논리다.
베트남 IFC의 거점으로 지목되는 호찌민시는 교통, 공항, 사무 공간 등 하드웨어와 더불어 디지털 결제망, 국제 연결성, 효율적 행정 절차 등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시급한 과제로 제안됐다. 탐 부사장은 “IFC는 단순히 초고층 빌딩과 자본의 흐름이 아니라, 도시의 물리적 강점과 제도의 성숙도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금융 자본이 실물 경제와 동떨어져 내부에서만 공회전하는 리스크를 경고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출입 결제, 송장 금융, 운송 정산 등 기업 활동과 직접 연결된 핵심 상품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한 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원활하게 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할 수 있는 명확한 엑시트(Exit) 경로 확보도 필수적이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완벽하게 만들려 하기보다, 핵심 원칙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변동성을 수용하되 이를 거버넌스 체계 내에서 관리하고, 실시간 모니터링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새로운 금융 활동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유연한 대응이 베트남 IFC의 성공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