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OpenAI)에 총 640억 달러(약 85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올인(All-in) 승부수를 던졌으나, 최근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며 그룹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다. 17일 도쿄 증권업계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약 50% 급락하며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를 입은 타 기술주들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번 위기는 오픈AI가 미 국방부와 맺은 군사용 AI 보급 계약이 발단이 됐다. 특히 지난 2월 28일 이란 분쟁과 맞물려 오픈AI가 미군 기밀 네트워크에 AI 모델을 배치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내 챗GPT 삭제율이 하루 만에 295% 폭증하는 등 강력한 대중적 반발에 부딪혔다. 이 틈을 타 경쟁사인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가 미국 내 다운로드 수에서 챗GPT를 처음으로 추월하며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투자 은행 제프리스(Jefferies)의 아툴 고얄 전무이사는 소프트뱅크가 전체 AI 산업이 아닌 오픈AI라는 단일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7,300억 달러에 달하지만,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가 안드로이드와 구글 문서 등 강력한 생태계를 앞세워 월간 활성 사용자 7억 5,000만 명을 돌파하며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한 점도 소프트뱅크의 재평가 요인이 되고 있다.
재무 구조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투자를 위해 약 40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S&P 글로벌은 소프트뱅크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과거 쿠팡(27억 달러), 디디글로벌(120억 달러) 투자와 파산한 위워크(140억 달러)의 사례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이번 640억 달러 규모의 베팅이 소프트뱅크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전히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CLSA의 올리버 매튜 아시아 리서치 팀장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 자산 암(Arm)의 가치가 상장 후 두 배 이상 뛴 점을 들어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저전력 칩 설계 기술을 보유한 암이 AI 연산의 필수 플랫폼인 만큼, 오픈AI의 일시적 부진이 소프트뱅크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손 회장의 이번 베팅이 전문적인 벤처캐피털의 범주를 넘어선 극도의 위험 감수라고 평가한다. 70세를 앞둔 거물이 던진 640억 달러의 주사위가 AI 거품론의 촉매제가 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손 회장의 선구안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지 세계 금융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