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화려한 보석으로 불리던 두바이가 이란의 군사적 보복 위협 아래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14일 외신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보복 타격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면서 외국인들의 대규모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인 24만 명이 즐겨 찾던 주메이라(Jumeirah) 해변은 현재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일광욕 의자는 비어 있고 음악만 흐르는 바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다. 16년째 두바이에 거주 중인 한 영국인 학교장은 “두바이의 매력은 완전히 사라졌고 기괴한 정적만 흐른다”며 소속 교사 대부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출국했다고 전했다.
도시의 안전 신화는 이미 금이 갔다. 팜 주메이라 섬의 유명 호텔인 페어몬트(Fairmont)가 공격 표적이 되면서 두바이의 방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특히 두바이 인구의 약 88~90%가 외국인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이탈은 곧 도시 기능의 마비를 의미한다. 부유층은 전용기 등으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두바이 경제의 ‘혈액’ 역할을 하던 파키스탄, 인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고립된 상태다.
갑작스러운 탈출로 인한 사회적 비극도 이어지고 있다. 상업용 항공편의 동물 운송 규제가 강화되면서 귀국길에 오른 부유층들이 키우던 개와 고양이를 길거리에 유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지 유기견 구조 단체들은 보호 공간 부족으로 한계 상황에 직면했으며, 심지어 건강한 반려동물의 안락사를 문의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와 물가가 폭등하면서 생활비 부담이 급증했다. 당국은 하늘에서 들리는 소음이 방공 시스템의 ‘안전한 소리’라고 안심시키고 있으나, 금요일 밤에도 텅 빈 도심 거리는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다만, 패닉에 빠진 외국인들과 달리 현지인(에미라티)들은 “여기는 우리의 조국”이라며 정부의 방어 능력을 신뢰한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