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미국 내 낙후 지역의 교육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전문직 취업 비자(H-1B) 수수료가 파격적으로 인상되면서 외국인 교사 의존도가 높은 미국 농촌 학교들이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올렌데일 카운티는 전체 교사의 25%가 자메이카와 필리핀 등지에서 온 외국인이다. 발레리 케이브 교육감은 “최고의 실력을 갖춘 교사들이 비자 비용 부담과 불확실한 정책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인 교사를 구하기 힘든 낙후 지역에서 외국인 교사는 생명선과 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백악관은 기술 업계의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목으로 H-1B 비자에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와 20개 주 정부는 “비싼 수수료가 학교의 외국인 채용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문화교류 비자인 J-1 비자는 이번 수수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체류 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교육 안정성을 확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농촌 지역은 낮은 급여와 열악한 생활 여건 탓에 미국인 교사들이 기피하는 지역이다. 오리건주의 한 교육구는 스페인에서 영입한 수학·과학 교사들이 정책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귀국하자, 고육책으로 온라인 화상 수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교사가 교실에 직접 앉아 학생과 유대감을 쌓는 대면 교육의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핼리팩스 카운티는 전체 교사 159명 중 무려 103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이곳은 수수료 부담을 피하고자 타 교육구에서 J-1 비자로 근무하던 교사들을 영입해 비자를 전환하는 등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교육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비자 장벽이 기술 기업을 넘어 미국의 공교육 인프라, 특히 취약 지역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농촌과 빈곤 지역 학교들을 위한 비자 수수료 면제 등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