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학계에서 20년 넘게 반도체 패키징 및 소재 분야의 권위자로 활동해온 시궈쥔(Shi Guojun) 교수가 미국 교수직을 뒤로하고 중국 첨단 소재 기업에 합류했다. 13일 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시 교수는 최근 중국의 전도성 소재 전문 기업인 DK 일렉트로닉 머티리얼즈(DK Electronic Materials)의 수석 전략 과학자 겸 미래산업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시 교수는 세계 최대 기술 전문가 단체인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의 펠로(Fellow)이자, 2010년 패키징 및 제조 공정 분야에서 ‘최우수 지속 기술 공로상’을 받은 석학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공과대(Caltech)에서 화학공학 및 재료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캘리포니아대 어바인(UC Irvine)에서 20년 이상 재직하며 2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종신교수였다.
시 교수를 영입한 DK 일렉트로닉 머티리얼즈는 중국 장쑤성 이싱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태양광 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도성 페이스트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한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시 교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 태양광 사업을 넘어 반도체 메모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재미있는 점은 시 교수와 이 기업의 오랜 인연이다. DK 일렉트로닉 머티리얼즈의 창업자인 시웨일리(Shi Weili)는 과거 시 교수의 연구가 회사 설립에 큰 영감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2017년에는 시 교수가 운영하던 UC 어바인 연구소에 100만 달러를 기부해 전용 실험실을 구축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최근 수학자 완 다칭(Wan Daqing) 교수의 충칭대 복귀에 이어 시 교수까지 중국 기업행을 택한 것을 두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속에서 중국이 해외 석학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불러들이는 ‘두뇌 유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 교수는 향후 DK 일렉트로닉 머티리얼즈에서 신산업 전략 기획을 총괄하며, 특히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와 메모리 사업의 기술 고도화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패키징 기술은 초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핵심 열쇠”라며 “시 교수 같은 거물급 인사의 합류는 중국 반도체 후공정 생태계에 상당한 탄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