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에너지 안보의 심장부로 불리는 둥깟(Dung Quat) 정유공장이 설계상의 한계를 비웃듯 연일 ‘풀가동’을 넘어선 ‘초과 가동’ 기록을 쓰고 있다. 13일 업계와 빈선정유화학(BSR)에 따르면, 둥깟 공장은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 속에서도 설계 용량의 124~125% 수준에서 안전하게 가동되며 국내 유류 공급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30억 달러가 투입된 둥깟 공장의 설계상 연간 생산량은 650만 톤(일일 14만 8,000배럴)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한계치’가 아닌 ‘적정치’에 가깝다. 베트남 기술진은 장비 설계 시 반영된 10~15%의 ‘안전 여유분(Design Margin)’을 정밀하게 공략했다. 10년 넘게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계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숨겨진 출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기술적 핵심은 하부 공정의 유연성에 있다. 공장 전체의 설계 용량은 원유증류시설(CDU)을 기준으로 잡히지만, 그 뒤를 받치는 세부 공정들은 더 큰 잠재력을 품고 있다. 실제로 BSR은 연구와 설비 개선을 통해 나프타 이소머화(ISOM) 공정은 설계 대비 150%, 등유 처리(KTU)와 나프타 처리(NHT) 공정은 각각 135%까지 출력을 높였다. 이른바 ‘나프타 공정 최적화’로 불리는 이 기술 혁신으로만 연간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추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원료 확보의 유연성도 초과 가동을 뒷받침한다. 주력 원료인 백호(Bach Ho) 유전의 생산량이 줄어들자, BSR은 나프타 함량이 높은 외산 원유를 적극 도입하고 VGO 등 중간 원료를 추가 매입해 후속 공정의 가동률을 극대화했다. 이는 인도가 국내 수요 충족을 위해 정유시설을 100% 이상 가동하는 것과 유사한 전략으로, 90~95% 수준에서 가동하는 미국 공장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성공적인 운영 성과는 막대한 재무 건전성으로 이어졌다. 2025년 말 기준 BSR은 장기 부채 없이 16억 7,000만 달러(약 2조 2,000억 원)라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15억 달러를 투입해 ‘업그레이드 및 확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일일 생산량은 17만 1,000배럴로 15% 늘어나며, 제품 품질은 유럽 최고 기준인 ‘유로 5’ 수준으로 격상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둥깟 공장의 초과 가동은 단순한 기계 돌리기가 아닌 치밀한 기술 분석과 관리의 산물”이라며 “향후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