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영화 시장이 2025년 한 해 동안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극장가 침체 속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과시했다. 특히 베트남 로컬 영화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며 ‘V-시네마’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CJ CGV의 베트남 법인 CGV베트남이 11일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영화 시장의 총매출은 5조5,933억 동(2억1,320만여 달러)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4%,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5% 급증한 것으로, 누적 관객 동원 수 역시 29% 증가해 7,000만 명을 돌파, 티켓 판매량 또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대해 CGV베트남의 정지영 CEO는 베트남 영화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로컬 영화의 승리로 규정했다.
정 CEO는 “지난해 개봉한 베트남 영화는 모두 314편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며 “베트남 영화는 전체 영화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확실한 기관차가 됐다. 2016년 전체 25%에 불과했던 로컬 영화 점유율이 작년 62%까지 치솟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수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CEO는 한국의 상황과 대비되는 베트남만의 역동성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그녀는 “한국에서 극장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과 달리, 베트남 로컬 영화의 양적·질적 그리고 매출 성장은 세계적인 추세와는 차별화된 베트남 영화 산업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더 이상 작은 시장이 아니라 밝은 미래와 강력한 성장력을 갖춘 유망한 시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로컬 영화의 총매출은 3조4,000억 동(1억2,960만여 달러)을 돌파하며 2018년 전체 매출을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80억 동(68.6만여 달러)에 그쳤던 로컬 영화 작품당 평균 매출은 2023~2025년 기간 꾸준히 600억 동(약 230만 달러)을 넘기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정 CEO의 설명처럼, 베트남 시장의 성과는 전 세계적인 극장가 침체 흐름과 정반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국 등 주요국들에서 스마트폰과 OTT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오히려 오프라인 관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CJ CGV 본사 입장에서도 베트남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시장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지난해 베트남 법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 수직 상승한 약 374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해외 사업부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2.3배, 중국의 3.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CGV베트남의 콘텐츠 디렉터인 응웬 황 하이(Nguyen Hoang Hai) 씨는 베트남 로컬 영화의 강세에 대해 소비자 소비 행동 변화를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팬데믹 이후 관객들의 티켓 구매 행태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앞서 70~75%의 점유율로 베트남 영화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던 할리우드 대작이 제작진 파업이나 갈등 등으로 인해 공급이 부족해지자, 관람객들 사이 로컬 작품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이들 고객이 충성 고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로컬 영화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트남 로컬 영화 강세에 힘입은 눈부신 성장 이면에 베트남 영화 업계가 극복해야할 숙제도 확인됐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영화 시장 규모에도 매출 500억 동(190.6만여 달러)을 넘기지 못한 개봉작이 전체 70%를 차지하는 등 이전 평균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늘었고, 1인 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0.7회(+0.2회)로,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싱가포르(1.3회)나 말레이시아(1회) 등 역내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하이 씨는 이를 인프라 부족과 제한된 상영관 수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가 1회를 넘어설 경우, 연간 1억 장 이상의 티켓 판매로 관람객 수 기준 전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CJ CGV는 2011년 메가스타(Megastar Media) 지분 80% 인수를 통해 현지 영화 시장에 진출했다. CGV베트남 작년 말 수익 기준 44%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유지했다. 현재 CGV베트남은 전국 482개 상영관을 갖춘 84개 멀티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CGV베트남 예매앱 회원 수는 1,000만 명이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