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동맹국이 중동에 구축한 수조 원 규모의 첨단 방공망이 이란의 저가 자폭 드론(UAV) 공격에 무력화되며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드러냈다. 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 외신 등에 따르면,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 레이더인 ‘AN/TPY-2’가 지난 2일 이란의 공습으로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버스 가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천판의 눈’이라 불리는 이 레이더가 까맣게 전소된 모습이 포착됐으며, 미국 정부 관계자도 해당 장비의 파괴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피해는 요르단에 그치지 않았다. 카타르에 배치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 ‘AN/FPS-132’ 역시 이란 자폭 드론의 공격을 받아 파손됐다. 이 레이더는 탐지 거리가 4,800km에 달하며 전 세계 미사일 방어망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전략 자산이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 알 사데르 지역의 사드 레이더 보관소 등 최소 7개 군사 시설 건물이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수천 km 밖의 고속 비행체를 추적하는 최첨단 시스템이 정작 인근에서 날아오는 저렴한 드론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진 점을 ‘역설적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레이더 시스템은 전파를 투과시켜야 하는 특성상 강철 같은 금속 대신 취약한 재질의 돔으로 덮여 있어 공격에 매우 취약한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이다. 특히 AN/FPS-132처럼 위치가 고정된 대형 레이더는 위성 사진 등으로 위치 파악이 쉬워 집중 타격의 대상이 되기 쉽다. 군사 전문 매체 워존(War Zone)은 “작은 드론이 낸 구멍 하나만으로도 시스템 전체가 장기간 마비될 수 있다”며 “수조 원을 들인 방공망이 수백만 원짜리 드론에 무력화된 것은 현대전의 새로운 위협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레이더망 파괴로 인해 이란발 미사일에 대한 조기 경보 시간이 늦어지는 등 방공망 공백이 현실화되자, 미국 국방부는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0일 펜타곤이 한국에 배치된 사드 포대의 일부 구성 요소를 중동으로 전격 차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은 이번 차출이 ‘중동 내 무기 부족’ 때문이 아닌 ‘대비 태세 강화’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업계에서는 중동 내 레이더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해 글로벌 방공망 재배치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