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달러(약 65만 원) 이하의 이른바 ‘가성비 PC’가 시장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핵심 부품인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제조사들이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저가형 라인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DRAM과 SSD 등 메모리 부품 가격은 최대 130%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체 PC 및 노트북 가격 역시 지난해 대비 약 17%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가격 변동의 주범은 AI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 칩 수요의 폭발적 증가다. 칩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 센터용 주문을 우선 처리하면서, 개인용 PC나 라우터 등에 들어가는 소비자용 부품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가트너의 수석 애널리스트 란짓 아트왈은 “결국 500달러 미만의 입문용 PC 부문은 2028년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품값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제조사들이 아예 저가형 모델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스마트폰 업계에도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조사들은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초저가 모델을 없애거나, 메모리 사양을 대폭 낮추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IDC의 나빌라 포팔 수석 디렉터는 “저가형 스마트폰의 시대는 끝났다”며, 공급 압박이 완화되더라도 메모리 가격이 2025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게 “구형 모델 재고가 남아있는 지금이 가장 저렴한 시기”라며 구매를 서두르라고 조언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PC와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며, 연말에는 평소보다 20~30% 더 많은 예산을 잡아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품값 폭등이 정보기술(IT) 기기의 상향 평준화를 강제하면서, 지갑이 얇은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