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 심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베트남 정부가 기업들에 재택근무 도입을 권고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10일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성명을 통해 중동의 군사적 갈등 고조로 일부 지역에서 연료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업과 시민들이 연료 사용 효율화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출퇴근 시 소모되는 연료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원격 근무 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을 독려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재택근무까지 언급한 것은 베트남의 높은 연료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2025년 베트남의 국내 석유 소비량은 약 2,860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응이선과 빈선 등 두 곳의 정유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여전히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일본, 태국 등 주변국들이 석유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역내 공급망까지 조여오고 있다.
현장의 혼란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 에너지 안보 태스크포스(TF)의 보고에 따르면, 가격 상승과 공급 중단을 우려한 시민들이 주유소로 몰려들며 하노이 등 북부 지역과 일부 남부 지방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부는 주유소의 무단 판매 중단이나 가격 후려치기 등 위법 행위를 철저히 신고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바이오 연료(E5, E10) 사용과 대중교통 이용을 거듭 강조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공급 차질이 계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14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전방위적인 외교전과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우방국으로부터 약 400만 배럴의 원유를 긴급 동원했으며, 팜 민 찐 총리는 셰이크 아흐메드 압둘라 알 아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베트남에 대한 원유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에너지 안보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정부의 이번 재택근무 권고가 기업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