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변동성이 커지자 베트남 정부가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한 긴급 시나리오 가동에 들어갔다. 관세 인하와 가격 조정 주기 단축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물가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10일(현지 시각) 베트남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인 9일부터 휘발유, 디젤유, 항공유 및 주요 석유화학 원료에 대한 수입 관세(MFN)를 기존 7~10%에서 0%로 전격 인하하는 내용의 ‘시행령 제72/2026호’를 시행했다. 이번 조치는 중동 분쟁 여파로 유가가 폭등함에 따라 국내 수급 안정과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정부는 유가 급등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조정 주기에도 유연성을 부여했다. 기존 주 단위 조정 원칙에서 벗어나, 기초 가격이 7% 이상 상승할 경우 즉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결의문 제36호’를 근거로 유동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주 이미 두 차례의 대대적인 가격 인상이 단행된 바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유가 상승의 여파가 ‘도미노 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호찌민시의 주요 운송 업체들은 거리와 차량 톤수에 따라 최소 10만 동에서 최대 90만 동까지 운송비를 즉각 상향 조정했다. 택시와 화물차 등 운수업계는 “현재 기름값으로는 운행할수록 손해”라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으며, 사이공코옵(Saigon Co.op) 등 유통 대기업들도 물류비 상승에 따른 소비재 가격 인상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인하를 넘어선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응웬 트엉 랑(Nguyen Thuong Lang) 교수는 “현재 약 5조 6,000억 동이 쌓여 있는 석유안정기금(BOG)을 적기에 투입해 가격 인상 폭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입 관세 외에도 환경세, 특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 리터당 7,000~9,000동에 달하는 각종 세금을 추가로 인하해야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판 테 안(Pham The Anh) 교수는 “베트남은 응이선(Nghi Son)과 빈선(Binh Son) 정유공장을 통해 내수 물량의 4분의 3을 자급하고 있으며 원유 수출국이기도 하다”며 “원유 수출로 얻은 추가 세수를 가격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등 국가가 깊게 개입해 외부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오는 4월 30일까지 관세 0% 정책을 유지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평조치들을 검토할 계획이다. 유가 상승이 전체 경제의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베트남 정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